올해도 어김없이 3월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3월의 대학은 입학식, 신입생 환영회, 출범식, MT 등의 다양한 행사로 새봄의 활기를 되찾기 마련이다.

어찌 보면 대학의 모든 활동은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 일들로 이루어진다. 즉 입학식과 졸업식, 신입생 환영회와 졸업생 환송회, 입시와 취업, 신임교원과 퇴임교원, 학문탐구와 현실참여, 대학의 구조조정과 특성화 분야의 선택적 육성 등이 모두 대학의 이러한 특성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예전에 어떤 논문을 쓰면서 잠시 중국 서원(書院)제도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다. 그때 우연히 다음의 對聯을 발견하고는 갑자기 가슴이 시원해지는 감동을 느낀 나머지 지금도 자주 이 말을 떠올리곤 한다.

風聲雨聲讀書聲, 聲聲入耳.
家事國事天下事, 事事關心.

바람소리 빗소리 글 읽는 소리, 소리마다 귀 기울이고,
집안일 나랏일 천하일, 일마다 관심을 쏟네.

이 名句는 明代 神宗때 중국의 유명한 동림서원(東林書院)의 기둥에 새겨져 있는 楹聯으로, 동림당의 중심인물인 고헌성(顧憲成, 1550-1612)이 지은 것이다. 동림서원은 원래 송 政和(1111-1117)년간에 학자 양시(楊時)가 강소성 무석시(武錫市)에서 강학을 하던 곳인데, 원대에 폐쇄되었다가 明 萬曆 32년(1604)에 顧憲成ㆍ顧允成 두 형제가 중수하여 복원했다.

고씨 형제는 후에 고반룡(高攀龍) 등과 동림당을 결성하고 ‘淸議’를 내세워 교육과 정치의 밀접한 관계를 중시하는 강학활동을 벌였다.

그 결과 환관 魏忠賢이 이끄는 엄당의 미움을 사게 되었고, 동림서원은 두 차례의 黨獄을 겪으면서 기왓장과 서까래 하나도 남기지 않은 채 철저히 훼멸되고 만다.

위 대련은 바로 우국 우민하던 동림당인들이 당시 ‘창밖의 일에는 귀조차 기울이지 않는’ 부패한 조정 관리들의 추악한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천하의 일을 자신의 일로 자임하고 살아가는 지식인의 고상한 정조(情操)를 잘 표현하고 있다. 지식인의 시대정신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 말은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여전히 잔잔한 감동을 준다.

한때 우리 대학들은 해마다 신학기만 되면 신입생들에게 학문연구와 현실참여의 문제를 두고 깊은 고뇌에 빠지게 했던 아픈 기억들이 있다. 비록 요즘의 대학은 암울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황들을 맞이하고 있지만, 교육과 정치의 문제는 대학의 영원한 화두일 것이다.

이제 새로 시작되는 3월, 양 캠퍼스 대통합의 시대가 열리면서 용봉골과 둔덕골에 글 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들려오고(聲聲入耳), 한편에서는 교정 밖의 민생들의 염원, 통일에 대한 갈망에도 귀를 기울이며, 더 나아가 인류의 행복과 평화에도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는(事事關心), 그러한 자랑스러운 전남대인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경국 교수(국제학부 교수·중국 고전)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