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봉지가 잠시 푸름의 도약을 멈추었나 보다. 하얀 눈발 속에 여기저기 하얀 천막들이 늘어섰다. 천막 안에서는 새내기 맞이를 위한 동아리 홍보 준비가 한창이다. 눈을 돌리자니 한 동아리가 눈에 들어온다.

 

이 동아리 회원과 잠깐 인연이 되어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 지금은 예비역의 나이가 된 동아리 회원은 “요즘에는 외국어 동아리가 아니면 살아남기가 힘들다”며 예술분과인 자신의 동아리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국어 동아리 옆에 붙어야 한다고 자조 섞인 농담을 했다. 그래도 이 사람은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먼 훗날 백도에서 공무원 준비를 하는 예비역이 휴식을 위해 찾은 동방(이하 동아리방)에서 후배들과 영어공부를 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 덕택에 백도 한 편의 종합인력개발센터는 학생들로 더욱 붐빌는지도 모른다. ‘내 마음 좀 들여 봐 주오’라고 청진기를 애타게 찾고 있는 학생들로. 그러나 이 곳의 한 심리상담원의 이야기를 듣자니 이곳도 안전할 수 없다는 불길한 예감이 밀려온다. 대학은 직접 이익이 보이는 곳을 직중 투자하길 원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을 전하는 이 곳은 점점 그 위치가 축소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원래는 학생생활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학생상담만을 전문으로 했던 이곳이 종합인력개발센터라는 이름으로 취업까지 전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수학자이자 ‘학문의 즐거움’을 쓴 히로나카 헤이쓰케가 대수기하학의 최고봉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한 순간의 일이 아니다. 어렸을 적 좋아했던 피아노 연주, 부모님과 친구로부터 얻은 삶의 지혜, 불교 철학들이 포기하지 않는 수학자가 될 수 있는 내성을 만들어준 것이다. 관현악반, 연극반, 합창반 등의 동아리가 취업과 연결되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지는 모르나 꿈을 이루기 위한 충분한 버팀목은 될 것이다.

 

오늘 10년 만에 감사할 소식이 날아 들어왔다. 상업적 이익이라는 난관에 부딪혀 빛을 보지 못했던 책이 한 교수의 10년 동안의 요구 끝에 출판된 것이다. 큰 이익은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한 학생이 어려운 수학문제 앞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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