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 동계 방학동안 호주로 국외현장실습을 다녀온 신문방송학과 3학년 박자연 양의 경험기 입니다. 편집자

 

내 마음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홍정욱의 '7막 7장'. 그 책을 읽었던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나는 미국으로 유학 가는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갖았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에 입학해서도 내 마음 한구석에는 그 동경심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미국이 아닌 호주에서 '국외현장실습'이라는 교내프로그램을 통하여 나의 갈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나는 책 속의 홍정욱처럼 하버드 대학을 최우수성적으로 졸업한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호주에서의 7주는 내게 너무나도 값진 시간이었다.

▲ 홈스테이 집에서
나는 South Australia의 평화로운 도시 아들레이드에 머물렀다. 평일에는 열심히 공부하다가 토요일에는 해변이나 공원을 찾았고 일요일에는 교회에 다녔다.

4주간에 걸쳐 이루어진 언어연수는 이후에 있을 2주간의 인턴십을 준비하는데 든든한 밑받침이 돼주었다. 4주 동안 언어연수를 해서 영어가 트인다면 이 세상에 영어 못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나 역시 4주 동안 영어가 확 트이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청취력이나 문장구성력이 향상되었다고 느낄 때, 그 기쁨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었다.

처음 호주에 도착했을 때 나는 실수투성이였다. 하루는 홈스테이 아주머니께서 차를 가지고 올 테니 문 앞에서 기다리라고 하셨다. 나는 "yes"라고 대답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아주머니 뒤를 졸졸 따라갔었다. 다행이 시간이 흘러가면서 홈스테이 생활에 빠르게 적응해 갔다.

▲ 인턴십을 했던 'Highgate Junior Primary School' 에서
내가 일 했던 곳은 Highgate Junior Primary School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어린이들의 학습을 돕기도 하고 소수의 한국 학생들과 호주인 선생님사이에서 통역을 맡았다. 첫날 학교에 도착했을 때, 나를 챙겨주는 사람도 없고 한국 학생들과 많은 시간 상대해야한다는 것은 큰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날 밤 잠자리에서 한참이나 뒤척이다가 마음을 다잡았다.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딱 2주다. 꽁해있으면 나만 손해야, 본전은 건져야지!' 하고 말이다.

다음날부터 나는 선생님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점심시간에도 낯선 선생들 사이에 껴서 어울리기 위해 노력했다. 2주 후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 한국 어린이들, 호주 어린이들, 선생님들, 교장선생님까지 그들은 나의 벗이 되었다.

아들레이드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나는 멜번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일정, 장소, 교통수단 등 모든 것은 내가 정했다. 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인가? 나는 4명의 팀원들과 여행을 했는데, 투어를 신청하지 않고 우리들끼리 금광 민속촌인 Sovereign Hill을 찾아간 것은 지금 생각해 봐도 뿌듯하다. 멜번 시내를 거닐고, 야경을 보고, 라이건 스트리트에서 저녁을 먹었던 기억들이 요즘도 잠자리에 들 때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멜번에서의 3박 4일을 머릿속에 담아왔다면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는 내 마음 속에 담아왔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를 보면서 느낀 감흥을 어떻게 글로 옮겨야 할지 모르겠다. 평화로운 아들레이드, 세련된 멜번, 분주한 시드니. 도시마다 특색이 달랐기 때문에 더욱 좋았다.

국외현장실습을 떠나기 전 나는 한 학기 동안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때문에 학업에 지장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내가 고생해서 모은 돈으로 일정비용을 부담하였다는 것은 호주에서 나 자신을 더욱 열정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한국에서도 안 쓰던 일기를 호주에서 쓰기 시작했다. 남은 일기장에 내 인생의 7막 7장까지 기록하려면 아직도 많은 세월이 남았다. 호주에서 가져온 자신감, 경험, 감동이 7막 7장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
▲ 내 인생의 7막 7장은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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