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500여년전 고따마 부따는 자아를 마음의 역동적인 힘에 의해 만들어지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동적 구조로 보고 자아의 의존적 본성과 함께 모든 현상은 근본적으로 상호의존성에 근원하고 있다는 연기설을 설파하였다.

과학혁명 후 오랜 역사동안 지배하여 왔던 데카르트적인 은유의 한계,즉,절대적인 분석과정을 통하여 인류는 진리의 실체에 도달가능하다는 잘못된 맹신에서 벗어나 실재를 과정으로 보고 상호인과율을 우주전체로 확대하여 시스템의 역동성에 일정한 법칙이 있음을 일반시스템이론은 밝히고 있다.

상호의존성에 바탕을 두고 각양각색의 접촉과 유동을 통해 서로 협력하고 존중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자 발전의 근원임을 일깨우는 가르침이자 이론이며 긴 역사의 흐름속에서도 견지되고 있는 진리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우리대학은 올 해로 개교 55돌을 맞이하게 되었다. 더구나 1909년 광주농업학교 설립 때까지 소급한다면 한 세기의 연륜을 갖는 유서깊은 대학중의 대학이라 할 수있다. 이러한 연륜은 우리대학이 다른 지역대학 또는 최소한 우리 지역의 다른 대학과 차별화하여 지향해야 할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한 큰 시사점으로 연결될 수 있다.

구성원 사이,학과이건 대학이건 구성단위 사이,대학본부와 구성원 또는 구성단위 사이에 누더기처럼 깔려있는 소모적인 경쟁과 불신,반목을 털어버려야 한다. 생명공동체 전남대학교의 그물망에 능동적,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상호존중과 협동,상호의존과 신뢰가 배양되는 살아있는 시스템으로 재탄생되어야 한다

생존(Safety)이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위기의식에서 벗어나 네트워킹에 의해 ‘하나’와 ‘온’이 함께 강해지는(Strength) 속칭 3S전략의 채택이 필요해 지고 있다. 자율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자기변신(無常)과 자기제작,연계와 결합에 의한 다양성과 창발성의 발현 등이 이러한 전략에 의해,살아있는 생명공동체일 때만 비로소 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생명공동체는 명확한 비전이 있을 때 역동성이 배가된다. 비전은 어두운 현실의 바다를 헤치고 꿈의 항구로 인도하는 등불이어서 그러하다. 그러나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고 합의하지 않을 때 오히려 흔들려서 사방으로 빗나가는 산란된 빛일 수도 있음에도 유의하여야 한다. 인내와 설득,그리고 용기로 다소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성원 모두가 또는 대다수가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비전이어야 한다.

우리 대학은 이러한 오랜 연륜에도 불구하고 여수대학과의 통합이 이제 3월이면 첫돌을 맞아 통합 전남대학교로서는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의 인연으로 보면 초혼이 아니라 재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물리적인 통합 이후에 화학적인 완전한 통합에 이르기 까지는 많은 여정이 남아 있어 참고 기다리는 미덕이 구성원 모두에게 필요할 것이다.

우리 지역의 고등교육이 어떠한 모습이어야 할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바탕으로 상생의 큰 틀을 함께 만들어 가는 노력도 권역중심대학으로서 우리가 힘을 쏟아야 할 또 다른 지역의 요구이다. 우리가 이러한 통합의 새 장을 마음으로부터 그리고 정성을 다하는 온 몸으로부터 시작하지 않고서는 결코 역사의 주인될 수 없음에 다시금 각오를 추슬러야 한다.

서로 살고,서로 존중하고,서로 격려하는 가운데 상호의존성에 연원한 새로운 가능성,다양성 그리고 또 다른 살아있음이 창발적으로 샘 솟을 수 있도록 마음을 다지면서 우리의 희망인 새 식구를 맞이하는 기쁨을 우리는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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