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신문사에서 졸업을 앞두고 있는 나에게 ‘후배들에게 해 줄 말’을 글로 써달라는 부탁을 받게 됐다. 이유는 내가 대학생활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가끔 전대 신문에 수석 졸업자들이 나와서 인터뷰한 기사도 나오고 좋은 직장을 잡은 선배들이 소개되기도 한다. 반면 나처럼 학업에 충실하지는 못했지만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온 열정을 쏟아본 경험이 있는 선배의 조언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된다.

치열하게 살았던 나의 대학생활이 취업 전쟁 속에서 매몰될 수도 있었을 텐데, 나에게 ‘내가 진정 원하는 것’과 ‘꿈과 이상’을 찾게 했다면 그것 또한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보통 학생들의 대학생활은 4년인데 나의 대학생활은 6년이었다. 물론 취업문제 때문에 요즘은 휴학하는 학우들도 많지만 나와 같이 졸업하는 우리 과 동기는 거의 없다.

수업을 들어간 8학기를 제외하고 휴학 3학기에 2005년 인문대 학생회장 때 부당한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민주납부 투쟁을 전개한 이유로 제적 한 학기 이렇게 6년이다. 6년의 대학생활에서 학업보다는 학생회 활동과 우리문화 연구회(풍물) 활동이 주를 이룬다. 그때는 학업과 동아리, 학생회 활동을 병행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하고는 덜컥 휴학을 해버렸다.

때때로 졸업이 일 년, 이년 늦어지는 데에 대한 집에서의 압박과 주변의 시선이 가끔은 나의 선택을 후회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은 아주 가끔이었다. 부끄러운 일투성이지만 나의 선택과 나의 활동에 후회는 없다. 모두 자기 공부하기 바쁘고 ‘우리 일’ 보다는 ‘내 일’이 우선이 되는 풍토가 만연하다.

그런 속에서 내 모습이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개인만을 위함이 아닌 내가 속한 공동체 구성원의 전체의 이익을 위한 일을 도모해 보는 일은 나에게 참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옳다고 목에 힘주어 학우들 앞에서 이야기 했던 것들과, 모두의 이익을 위해 내가 내린 결정이 과연 얼만 큼 정확하고 정의에 가까운가를 의심하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의견이 충돌하고 많은 어려움과 혼란을 겪었기 때문이다. 등록금 투쟁이나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이야기 할 때에도 마찬 가지였다. 심정적으로는 분명 맞는데 근거도 이유도 없는 주장을 한다는 느낌이 든 적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판단해주고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닌 내 자신이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으려면 책을 읽는 수밖에 없다는 단순한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책을 한권 두 권 읽기 시작했고 이제 습관이 되었다. 나와 함께 책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질 거라 생각하고 마지막 학기에는 인문대에 ‘독서클럽’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취업의 문 앞에서 속절없이 고개 숙이고 마는 사람들이 아닌 더 깊이 사고하고 더 치열하게 고민하는 젊은 청춘의 인문대 후배들이 되 줄 거라는 작은 희망 때문이다.

하지만 책도 좋은 책을 골라볼 줄 알아야 하고 그래서 지금은 독서교육에 관심을 두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이런 활동과 고민 속에서도 대학 다니는 내내 학문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나중에라도 학문의 중요성을 알고 철학과 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실천가가 되기 위한 필수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학생활에서 독서와 풍물은 나를 힘 있는 존재로 만들어주는 원동력 이였다. 독서가 모든 것의 답은 아니지만 학교 안 어디에서나 전남대 후배들의 손에 책이 들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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