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전 나의 생일 무렵이었다. 우연히 동생을 따라 서점에 들렀다가 박완서님의 신간이었던 이 책을 처음 발견하고 갖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책 욕심은 없던 내가 꼭 읽고 싶다며 동생을 졸라 생일선물 대신 그 책을 선물 받았다. 내가 이렇게 욕심을 낸 것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박완서라는 소설가에게 거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 해전 나의 생일 무렵이었다. 우연히 동생을 따라 서점에 들렀다가 박완서님의 신간이었던 이 책을 처음 발견하고 갖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책 욕심은 없던 내가 꼭 읽고 싶다며 동생을 졸라 생일선물 대신 그 책을 선물 받았다. 내가 이렇게 욕심을 낸 것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박완서라는 소설가에게 거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박완서의 소설은 한 마디로 참 재미있다. 혹자는 이미 여러 작품에서 봐왔듯이 자신의 회고를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만을 남발하는 것이 아니냐고 한다. 그러나 비슷해 보이는 듯한 박완서의 작품에는 저마다 새로운 소재와 이야기가 있다. 더구나 당시의 정서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문장들을 읽으면 그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매력까지 느낄 수 있었다.

내용은 이러하다. 부유한 집안의 한 살 어린 현보와 대학생활의 기대감에 부풀던 ‘나’는 전쟁으로 현보는 강제 징집되어 다리를 다친 상이군인이 되고 ‘나’는 미군부대에서 일하며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되어 다시 만나고 사랑을 속삭이게 된다. 그러나 ‘나’는 미래가 불확실한 현보보다 일하면서 알게 된 엘리트 은행원 민호와 결혼을 하게 된다. ‘나’는 안정적인 가정을 가졌으나 늘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생활에 권태를 느껴 다시 현보와의 만남을 갖게 된다. 지루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느낀 ‘나’는 둘이서 몰래 여행을 갈 약속을 하지만 정작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 현보가 나타나지 않는다. 크게 실망한 ‘나’가 나중에 알게 된 것은 그 날 현보는 수술을 받았고 도중에 실명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얼마 후 현보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둘은 다시 만나지만 포옹을 마지막으로 둘은 이별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을 읽고 난 후에 첫 느낌은 마치 슬픈 영화 한편을 본 것과 같았다. 애틋한 첫사랑이지만 이루어질 수 없었던 그들의 안타까운 운명이 읽은 내내 나의 가슴을 슬프게 했다.

또, 이 소설의 읽는 재미를 더하는 것은 경박해 보이지만 정감 있는 말투를 고스란히 담아 놓은 문장들과 당시 전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줬다는 것이다. 억척스러운 그녀의 어머니에 대한 묘사와 음식에 대해 굉장한 공을 들이시는 시어머니의 음식 만드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점 등은 소설의 색다른 묘미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은 역시 이 구절을 뽑을 수 있겠다.

‘그래. 젊음을 실컷 낭비하려므나. 넘칠 때 낭비하는 것은 죄가 아니라 미덕이다. 낭비하지 못하고 아껴둔다고 해서 그게 영원히 네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니란다.’

현재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청춘들에게 그 청춘을 아껴두지 말고 아낌없이 낭비하라고 나도 말해주고 싶다.         

                                                                     김민호(일반·1)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