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남대학교에서 정년 하였으며, 현재도 호남대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예순 아홉의 산(山)사람이다. 

나는 전남대학교에서 정년 하였으며, 현재도 호남대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예순 아홉의 산(山)사람이다.

산은 항상 심오한 자연적 철학을 가르쳐주고 포옹하는 근신처이고 휴식처이다. 또한 심신을 단련해 주고 고뇌를 풀어주고 언제나 준엄하고도 자애스런 자세로 나에게 생각을 변화시켰고 위대하고 신성한 진리와 섭리를 묵시해 주었다. 또한 산은 말도 없고 듣지도 못한다. 말할 수 없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나 듣지 못한다는 것은 인간이나 동물이 소리나 말만 크게 하면 메아리쳐 오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산이 좋아서 산에 간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산이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산에 가며 지금도 계속 일요일, 공휴일은 등산이 일과이다. 내가 등산을 시작하게 된 때는 1970년 때부터이며 이 때는 산악회에 의지하여 따라다니고, 가까운 산이나 잘 알려져 있는 산은 혼자 다니곤 했다. 지리산 천왕봉은 1975년 처음 올랐다. 그 후 전국의 유명한 산은 거의 다 등정하였고 산행은 주로 일요일, 공휴일, 추석연휴를 이용하였다.

중국 황산(1,873m) 등 외국에 있는 산도 오르기 시작하였으나 주로 지리산을 많이 다녔는데 지난 달 25일까지 천왕봉을 368회 등정하였다. 앞으로도 계속 등정할 계획이다. 그리고 하루에 화엄사에서 출발 노고단~천왕봉~중산리 이 코스를 여러 번 종주하였으며 반대로도 종주한 바 있다. 화엄사에서 중산리까지 종주 소요시간은 12시간 30분. 종주 하여본바 화엄사로 가는 코스가 덜 고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지리산의 둘레는 제주도 둘레와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천왕봉을 오르다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때고 그 절기로써 참맛을 알고 절기마다 월별 마다 그 운치가 새로워진다. 산행하는 사람의 진정한 마음은 오직 정상을 향하여 오르며, 오르는 마음은 가정의 일, 직장의 일, 모든 일을 다 잊고 오직 일념으로 정상을 오르기 때문에 신체에나 정신에나 아주 좋은 것 같다. 나도 산행하기 전에는 몸도 쇠약 하였고, 음식물을 먹으면 설사도 하고 복통이 있었으며 다른 지방에 가서 음식물이나 물만 먹어도 설사를 하였다. 또 여름에 잘 때도 배 위에 이불을 덥지 않으면 배도 아프고 설사가 나오기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는 지경이었다. 또한 맥주도 마실 수 없을 만큼 대장, 소장이 안 좋았다. 그러나 산행 이후 지금은 모든 것이 정상으로 되어 생활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고 편안하다. 산행을 하다 보면 온 몸 운동을 하므로 위장, 장, 관절에 아주 좋은 운동이며 정신적 정서에도 매우 좋은 것 같다.

현재는 눈도 많이 좋아진 것 같다. 그 이유를 전문 의사선생님께 물어본 결과 사람의 눈은 녹색을 많이 보면 눈이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바람소리 맑은 새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상쾌한 이유도 머리를 맑게 하고 정신 전환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보면 모든 산천초목이 내 마음과 몸을 모두 튼튼하게 하여준 것 같다. 지리산 천왕봉을 등정하고 내려오는 길목에 재석평전이 있는데 5월~10월 사이에 초원 위 융단 같은 곳에서 잠을 청하면 돈, 명예, 지위 등 모든 잡념을 버리고 도의 지경에 이르는 것 같다. 누워서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보고 바람이 솔솔 불면 속세를 떠난 신선이 사는 곳 같다. 이 곳은 1,806m로 뱀도 없고 모기도 없다. 뱀도 모기도 1,000m 이상은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천당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가 천당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백무동에서 천왕봉 사이의 등산로에 발에 걸리기 쉬운 돌, 나뭇가지 등을 모두 치우고 파헤쳐진 곳은 돌로 메워 등산객들이 다니기에 편리하게 만들어놓고, 무사 귀가를 몸소 빌고, 제석봉 고사목을 세우는 사람이 바로 나다. 또 나는 오르내리는 길목에 각종 형상에 작명을 하기도 한다.

산을 오른 후배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우리가 한방에서 짓는 보약을 한자로 쓰면 補(보탤 보), 藥(약 약)이다. 하지만 나에게 보약의 보는 步(걸음 보)이다. 또한 등산 할 때는 꼭 필요한 물건만 소지하고 몸을 최대한 가볍게 하여야 하며 배낭에는 옷 한 벌, 양말 한 켤레, 40도 이상 독한 술은 꼭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한다. 또한 산에서 자주 만난 산 사람들을 부를 때 ‘미친놈’이라고 부른다. 웬 욕이냐고 하겠지만, 산을 이렇게 많이 오르려면 반미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미친놈은 정신이상자라기보다 미(美)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산을 오를 때는 높은 산이나 낮은 산이나 항상 두려워하고 조심성 있게 다녀야 한다. 산은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너무 경거망동한 행동이나 쉽게 보면 낭패를 당한다.

/김상원(전 사회대 행정실장·호남대학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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