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라는 주제로 연재하겠다고 다짐했다.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려면 상대에 대한 적절한 이해와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상대방과의 ‘공유와 소통’보다는 ‘업무’여서 커뮤니케이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는 없는지 살펴보고 싶었다 

지난 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라는 주제로 연재하겠다고 다짐했다.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려면 상대에 대한 적절한 이해와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상대방과의 ‘공유와 소통’보다는 ‘업무’여서 커뮤니케이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는 없는지 살펴보고 싶었다.

대학 홈페이지는 이미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다. ‘홍보의 이해’라는 과목을 가르치며 국내외 대학 홈페이지를 점검해 본 적이 있다.  흥미롭게도 나라별로, 대학별로 차이가 존재했다. 우리나라 대학 홈페이지들은 요란한 거리 간판만큼이나 많은 정보와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이용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게시판을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게시판은 공개적인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유사하거나 빈번하게 질의, 응답이 오고 갔던 사안을 알 수 있고, 이를 ‘FAQ’ 게시판에 올려 쉽게 해답을 제공할 수 있다. FAQ 게시판은 그 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용자들이 게시판에 자주 질문한다는 것은 제시된 규정이나 설명이 애매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고, 뭔가 미진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나 정책이 불편을 주고 있거나 뭔가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용자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곳이 바로 FAQ 게시판이다.

어떤 이유인지 확인할 순 없지만 2005년 2학기 무렵부터 우리대학의 게시판 운영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거의 모든 질의에 응답하고 있고, 응답 속도도 빨라졌다. 응답성도 낮고, 응답 속도도 떨어졌던 과거에 비하면 일취월장이다. 하지만 게시판의 장점 때문에 활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도 발견되는 것처럼 우리대학 게시판도 앞서 제시했던 의미에선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우선, FAQ 게시판이 없거나 부실하다. 홈페이지엔 교무, 취업 등 15개 분야의 게시판이 있다. FAQ 게시판이 있는 경우는 3분야뿐이다. 수업 관련에 11개의 게시물이 있으며, 등록 관련엔 1개의 게시물뿐이다. 11월23일 현재, 5,327건의 질의가 있었던 학적 관련 FAQ 게시판엔 하나의 게시물도 없다. 수업 관련 11개의 게시물도 실은 학생들의 질의 가운데 빈번한 것을 옮겨 놓은 게 아니다. 학사관리과에서 작성한 대학생활-학사정보-수업정보에 게시되어 있는 일부 내용을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

게시물에 응답하는 내용도 그렇다. 한 두 줄의 건조한 답변이나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정도다. 무턱대고 질문부터 하고 보는 일부 이용자들도 문제이긴 하지만, 운영자가 시간을 두고 FAQ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해결 가능한 문제라 여겨진다. 문제는 어떤 마음으로 임하냐는 것이다. 관련 업무를 맡고 있으니 대답해줘야 하는 일이라기보다 이용자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불편을 줄여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과 같은 게시판 운영은 크게 변해야 한다.

보다 나은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마련하는 건 좀 더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다. 즉, 서로의 관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게시판에 만족하면, 홈페이지 이용이 늘 것이고, 그러면 학교에 대한 애정도 커질 것이다. 형식만 갖춰 놓고 내용이 부실하다면 차라리 없거나 모르는 게 낫다. 받지 않거나 무성의하게 받으려면 핸드폰 번호 알려줄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소통을 전제로 한다면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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