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광주. 그곳에는 항쟁 속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다 사라져간 사람들이 있다. 2006년 그들의 이야기가 영화로 다시 태어난다.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의 계엄군과 맞서 싸운 실제 시민군을 스크린을 통해 조명한다. 지난 22일 금남로에 있는 전라남도 구 도청 건물 한켠에서는 막바지 영화 촬영이 한창이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 현장은 영화를 만드는 모든 이들의 열정으로 후끈했다. ‘화려한 휴가’ 촬영 현장을 들여다보자. /엮은이 

1980년 5월 광주. 그곳에는 항쟁 속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다 사라져간 사람들이 있다. 2006년 그들의 이야기가 영화로 다시 태어난다.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의 계엄군과 맞서 싸운 실제 시민군을 스크린을 통해 조명한다. 지난 22일 금남로에 있는 전라남도 구 도청 건물 한켠에서는 막바지 영화 촬영이 한창이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 현장은 영화를 만드는 모든 이들의 열정으로 후끈했다. ‘화려한 휴가’ 촬영 현장을 들여다보자.                                                                           /엮은이


지난 22일 구 도청에서는 26년 전 그 시간들이 재현되고 있었다. 출연자가 입은 옷이며 신발, 책상 위의 소품들 까지 작은 것 하나까지 2000년대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80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화려한 휴가’는 지난 7월부터 첨단에 마련된 세트를 비롯한 광주 지역 주요 촬영지에서 촬영을 거의 마치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분량을 도청 세트에서 촬영하고 있었다. 감독의 큐사인이 떨어지자 엄숙한 분위기에서 연기자들은 맡은 바 역할에 몰입하고 있었다. 눈에 띄는 낯익은 배우들도 눈에 들어왔다. 예비역 대령 출신으로 시민군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박흥수 역을 맡은 안성기, 동생과 함께 열심히 살아가는 택시기사 강민우 역을 맡은 김상경, 성당 신부 역의 송재호 씨가 촬영에 임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사람 우리 대학 김영기 교수(신방·비판커뮤니케이션)의 모습도 보였다. 이 장면에서 김영기 교수는 시민군과 의견 대립하는 수습위원으로 카메오 출연 중이다. 그 당시 광주를 재현하기 위해 안경테까지 80년대 스타일로 바꿨다는 김 교수는 단역임에도 높은 열의를 가지고 있었다. 김영기 교수는 “우연히 제작진의 제의로 인해 출연하게 되었다”며 “평소 5·18 항쟁의 진실과 정신, 가치가 여러 담론의 형태로 발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출연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했다. 김 교수는 또한 “영화 ‘화려한 휴가’가 비록 상업 영화지만 크게 성공하여 5·18이 주는 메시지가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22일에는 5·18 항쟁 당시 정부와 타협 할 것을 주장하던 수습위원들과 시민군이 의견의 차이로 대립하는 장면이 촬영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검은 선글라스를 낀 김지훈 감독의 모습이 보였다.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진지하게 배우의 연기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김 감독의 입에서는 시종 “컷” 소리뿐이다. 세 네 번의 반복된 촬영이 계속 진행되었다. 하나의 장면을 위해 감독의 컷 소리 하나에 배우, 스텝 모두 분주하게 움직였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촬영은 진행됐다. 이 장면의 촬영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이어졌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에서 볼 수 있다는 밥차를 볼 수 있었다. 80년대 복장을 한 엑스트라들과 2000년대 옷을 입은 스텝들이 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은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는 진풍경이었다.

점심시간이 끝난 후 세트장 안은 한층 바빠진 모습이었다. 다음으로 촬영 할 장면인 시민군 강민우(김상경)가 천장에 총을 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강민우가 수습위원들을 향해 분노를 담아 외치며 천장에 총을 쏘는 것이다. 총은 실제 실탄을 사용하고 천장에 달린 샹젤리제가 떨어지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이유로 제작진을 제외한 외부 사람들은 촬영장 안에 들어 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촬영장 안에서 들려오는 총소리는 놀랄 만큼의 큰소리로   영화가 아닌 실제 상황처럼 느끼게 했다. 두 번의 시도 끝에 이 장면은 고생한 모든 이의 박수소리와 함께 무사히 카메라에 담는데 성공했다. 

감독과 배우 그리고 숨은 공로자인 스텝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휴가’는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10일 간의 시민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직접적으로 보여 줄 예정이다. 주연으로 안성기, 김상경, 이요원을 비롯해 이준기, 나문희, 송재호, 박철민, 차인표 등이 조연으로 출연해 영화에 빛을 더했다.

한편 ‘화려한 휴가’란 제목은 공수부대가 광주에 진입 할 당시 작전명이 ‘화려한 휴가’였다. 이 제목은 반어적이고 아이러니한 의미를 담고 있다. 

역사의 기록 속에는 그저 시민군이란 이름으로 남아있지만 자신들의 생계를 버리고 총을 들어 계엄군과 싸워야만 했던 시민군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이 영화는 내년  3월~4월 쯤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김희경 기자 jjimost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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