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이나영이 최근 촬영한 영화에서, 우는 장면을 마음에 들 때까지 38번 찍었노라고 말하는 인터뷰 장면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웃는 것도 아니고 찡그린 것도 아닌 우는 장면을 그렇게 찍어야 할 때 그이가 보인 인내심은 감탄할만하다.  김  경  신

<생활환경복지학과·가족학>

영화배우 이나영이 최근 촬영한 영화에서, 우는 장면을 마음에 들 때까지 38번 찍었노라고 말하는 인터뷰 장면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웃는 것도 아니고 찡그린 것도 아닌 우는 장면을 그렇게 찍어야 할 때 그이가 보인 인내심은 감탄할만하다. 여린 겉모습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강인한 고집과 내성이 느껴지는, 이른바 진정한 청년이며 직업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쌀쌀한 가을 기운이 대지를 돌기 시작하면 많은 사람들의 불안 강도가 높아진다. 한 해를 제대로 마무리해야겠다는 나름대로의 욕심이 있는 사람들 말이다. 특히 졸업을 앞두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이 가을은 불안과 염려의 계절일 것이다. 학생상담을 해 보면 대학에 입학하여 최초 일년 동안 많은 학생들이 고3 시절의 혼돈과 고통을 보상받기 위하여 자유롭고 다소는 나태한 시간들을 보낸다. 일종의 유예기간이라 할까. 그러나 한해를 보내고 나면 그 다음 학년, 혹은 또 그 다음 학년이 무언가 시작해야 하는 학년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 즉 시작에 대한 두려움은 변함이 없다. 이처럼 갑자기 닥치는 미래에 대한 스스로의 애매함에 대처하기 위하여서는 정신적, 현실적 무장의 시간이 필요하다. 대학도 엄연한 싸움터이지만 직업인으로서의 제도적인 의식 강화 기회는 다소 미흡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자각과 노력이 보다 요구되는 점이 불만족스럽기도 하지만 이러한 단련은 자극을 통해 동기화된다는 측면에서 가끔 들여다보는 취업강좌 행사장의 쓸쓸함은 아쉬운 부분이다.

  해마다 전남대 졸업생의 천명 가까이가 취업을 유보하고 각종의 시험(고시)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지만 이러한 정도라면 기본적으로 전남대학의 취업률은 70%를 넘기 어렵다. 최근에는 소위 ‘스펙’이라 부르는 학벌, 어학점수, 자격증 등 정해진 조건을 무시하고 면접을 통하여 인재를 뽑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한다. 이 역시 얼마나 실효가 있는 것인지 아직 가늠할 수 없지만 적어도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또 다른 기회라 본다.

  우리는 비교적 선택된 지위를 부여받아 대학인이 되었다. 대학인의 사명 중에는 우리에게 베풀어진 자원을 사회로 환원하는 행위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젊음의 외람되지 않은 용기와 탐구심은 어떠한 형태로든 사회적 기여에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는 소명에 어울린다. 그러한 의미에서 기성세대의 논리에 합리적인 비판을 하고 스스로의 고통에도 굴하지 않는 젊은이로서의 고집을 그리워한다.

    삶은 우리 모두가 몸 바쳐서 벌여나가는 사업과 같은 것이다. 하루 하루를 지내면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하거나 또 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따라서 일상생활의 중심은 선택에 둘러싸여 있다. 아직 선택의 기회가 있다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한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다만 너무 오랫동안 우리의 창조적 행위를 방해해 왔던 선택과 인식의 미망 속에서 헤매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건강한 몸, 균형 잡힌 감정, 조화로운 마음, 더 나은 생활과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꿈을 간직한 삶은 그것이 혼자만의 삶이든 집단의 삶이든 이미 바람직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반드시 그것을 가져야만 한다. 그리고 그 이전에, 무엇을 할것인가 생각하고 결정하고 즉시 행동하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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