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날 때, 통행세 보다 우리를 먼저 마주하는 것이 ‘예향의 도시 광주’같은 커다란 지역 간판이다. 이 간판은 통행자에게 ‘이 지역이 무엇을 홍보하는지’를 알려주며 어떤 이에게는 도착의 기쁨을 주고 어떤 이에게는 또 하나의 관문이 된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날 때, 통행세 보다 우리를 먼저 마주하는 것이 ‘예향의 도시 광주’같은 커다란 지역 간판이다. 이 간판은 통행자에게 ‘이 지역이 무엇을 홍보하는지’를 알려주며 어떤 이에게는 도착의 기쁨을 주고 어떤 이에게는 또 하나의 관문이 된다.

기자 또한 광주의 톨게이트를 출발해 몇 군대의 톨게이트를 지나 부산대학교를 가게 됐다.  우리 대학 교류학생들을 취재할 목적으로 간 부산대에서 특이한 이력의 한 미대생을 만났다. 부산 출신으로 우리 대학 미대에 입학했고 지금은 부산대 교류학생으로 가 있는 학생은 “자신은 지금 부산에서 어느 때보다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의미심장한 첫 화두에 무엇이 담겨 있을까. 학생은 “예향의 도시 광주에 속았다”고 했다. “예향의 도시 광주라는 말에 다른 대학과 비교되는 전통의 향기와 예술이 살아있을 것 같았다”는 그는 “광주를 대표하는 전남대 미대 또한 작업하기 좋은 환경과 독특한 커리큘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 학생의 말에 기자는 작은 충격을 받았다.

전남대 미대의 작업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가를 넘어 ‘예향의 도시’라는 광주의 타이틀을 믿고 먼 부산에서 오는 학생이 있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일화로, 며칠 전 기자는 교류학생 제도를 취재하기 위해 대학 본부의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다. 어떤 희망을 갖고 관계자에게 ‘서울의 대학과는 교류학생을 맺을 수 없느냐’‘부산대에서 왜 우리학교에 아무도 교류학생을 지원하지 않았느냐’를 물었고 본부 관계자는 아주 현실적인지, 표면적인 현실을 봤는지는 모르겠으나 ‘서울에 있는 학생들이 왜 광주에 오겠느냐’ ‘부산대 학생들은 우리 대학을 더 낮게 본다’는 대답을 했다.

기자는 두 가지 이야기를 들으며 톨게이트의 간판을 생각했다. 커다란 ‘광주’ 라는 간판의 화려한 수식어가 한 인간을 뼈아프게 실망시킬 수 있다는 사실. 광주를 돌아다니며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예향’ ‘문화도시’……. 갑자기 그것들이 준비 없이 전국을 순회할까봐 무서워진다. 그리고 간판은 오늘도 누군가에게는 기쁨이,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관문으로 남을 것이다. 미대생의 광주의 목적지는 예향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광주의 ‘예향’은 목적지가 아닌 관문이다. 광주의 목적지는 서울처럼 훨씬 높은 빌딩과, 많은 자동차, 부와 권력이 집중해야 할 것이다.

기자는 오늘도 조심스런 희망을 갖고 묻고 싶다. “예향이라는 신기루를 전남대에 세울 수는 없나요?” “신기루만 세운다면 이번에는 서울의 예술학도가 오지 않을까요?”

/장옥희 기자 sushoo@hanmail.net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