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향기를 맡아 본 적이 있는가? 소박하면서도 오랫동안 지속되어 향기를 머금는 이로 하여금 잔잔한 여운을 갖게 한다. 국화꽃을 보고 있노라면, 가장 한국적인 시를 쓴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당의 대표작이자 우리나라 현대시를 대표하는 명시의 하나인 ‘국화 옆에서’를 가슴에 아로새기게 된다. 

국화꽃 향기를 맡아 본 적이 있는가? 소박하면서도 오랫동안 지속되어 향기를 머금는 이로 하여금 잔잔한 여운을 갖게 한다. 국화꽃을 보고 있노라면, 가장 한국적인 시를 쓴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당의 대표작이자 우리나라 현대시를 대표하는 명시의 하나인 ‘국화 옆에서’를 가슴에 아로새기게 된다.

며칠 전 건축학부 졸업을 앞 둔 학생들의 작품 전시회가 있었다. 지인들과 동문들께서 전시회를 축하해 주시며 화려한 화환들을 보내 주셨다. 이내 작품 전시회는 많은 관심 속에 유익했던 강연회와 더불어 깊어 가는 가을만큼 여러모로 풍성하게 진행 되었다. 보내진 화려한 화환들 속에 키 작은 화분에 노오란 꽃을 활짝 피운 국화꽃을 보니 왠지 초라함까지 느껴졌다. 결실의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 사랑을 고백하기 좋은 계절, 가을에 대한 아름답고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이런 가을은 이제 막 졸업을 앞두고 사회에 첫 발을 내 딛으려는 학생들에게는 마치 너무도 화려한 화환들 속에 작은 국화꽃 화분처럼 느껴질지 모르겠다. 자유, 정의, 진리, 사랑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단어들이다. 특히 진리는 대학교육의 모티브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진리를 찾는 기쁨과 그것의 설레임보다 졸업 후 단지 더 나은 삶을 위한 구직의 고통에 지독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굳이 우리 대학의 토익강좌나 영어강좌에 대한 학생들의 열의를 말하지 않아도 대학 졸업 후 직장을 구하는 것은 사회의 진정한 일꾼이 되기 위한 수능시험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물론 대학교육을 마치고 사회의 일꾼으로 맡은 바 자기의 위치에서 국익을 증진해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한 이치이다. 하지만 건축가가 시험을 통과 했다고 해서 진정한 건축가가 되는 것일까? 의사·변호사·행정가·회사원 등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의 진정한 일꾼으로 되어가는 과정 속에 무엇 보다 필요한 것은 모든 풀들이 시드는 가을철, 서리 속에서도 홀로 향기롭게 피어나는 국화처럼 진리를 향한 비통과 불안과 방황과 온갖 시련을 딛고 하나의 완성된 인격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때론 그 과정 속에 내가 찾던 진리가 상상했던 그것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기다려 보자. 기왕 믿는 거 끝까지 믿어 보자. 온전히 내 맡긴 이만이 구원에 이르렀으니 이 순간을 즐기지 않는데 어떻게 그 다음을 가겠는가? 지금 이 순간 내가 보고 있는 졸업 작품에는 지난 4~5년(건축학부 건축학 전공 5년 / 건축공학 전공 4년) 동안 창조의 과정에 흘려야 했던 그들의 눈물들, 진리를 찾고자 설계실에 밤새 불을 켜며 몸부림 쳤던 흔적들이 진하게 배어 있다. 국화꽃 향기 보다 진한 진리의 향기를 발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언젠가 나이 들어 인생의 뒤안길을 돌아볼 때 비록 화려한 모습은 아닐 지라도 젊은 그 시절 진리 탐구에 처절한 삶을 살았던 날을 회고 하며 사회에서도 진리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전대인이 되었으면 한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깊어가는 가을 진리의 설레임에 빠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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