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중간에 뜨거운 현안중의 하나인 동북공정(東北工程)은 올해 말로 끝나고, 내년 2월에 종합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김  경  국

(국제학부 중국학과·중국고전문학)

 요즘 한·중간에 뜨거운 현안중의 하나인 동북공정(東北工程)은 올해 말로 끝나고, 내년 2월에 종합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중국은 이밖에도 신장위구르자치구를 겨냥한 서북공정, 한족과 티베트 장족의 뿌리를 일체화시키려는 서남공정, 한족 중심의 거대한 중화주의를 건설하려는 단대공정(하·상·주 연구), 삼황오제를 역사화하려는 탐원공정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이어도를 겨냥한 띵옌(丁岩)-해양변경공정과 “한의(조선의)는 중국의 23개 민족전통의학의 하나”라고 규정한 한의학공정까지 등장했으니, 가히 ‘공정’ 천국이다.

 그러나 무리한 역사왜곡으로 중국도 자가당착에 빠졌다. 남송초 이민족인 金나라에 대항하다 모함으로 옥중에서 처형된 악비(岳飛)는 “오랑캐 포로의 인육으로 굶주린 배를 채우고, 담소를 즐기며 흉노의 피를 마시리”라고 기개를 높였지만, 2002년에 개정된 ‘중고교 역사교육 지침’에 따라 같은 민족과 싸웠다는 이유로 이제 더 이상 중화민족의 영웅이 아니다. “남송의 군사가 북방 중원 땅을 회복하는 날, 네 애비 제사에 이 소식 고하는 걸 잊지 말라”고 절명시를 남긴 육유(陸游)와 신기질(辛棄疾)도, 「正氣歌」를 지어 元에 저항했던 문천상(文天祥)도 이제는 중국역사에서 설자리를 잃어버렸다.

 물론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해 내부 반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은래(周恩來) 전 총리는 1963년 6월 중국을 방문한 북한 조선과학원 대표단에게 “조선족을 기자자손이라고 부르는 것은 역사 왜곡이고, 고대부터 조선은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황당한 이야기이다. 이는 모두 대국 쇼비니즘(국수주의)에 빠진 일부 역사학자의 붓끝에서 나온 오류다.”고 강조했다. 또한 3년 전 여수캠퍼스 동아시아연구소에서 주제발표를 했던 북경대학교 역사학과 송성유(宋成有) 교수도 최근 국내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나와 베이징대 역사학과는 사회과학원 변강사지연구중심의 고구려사에 대한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 역사학자가 한국 언론을 통해 동북공정을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우리에게는 신선한 충격이다. 사실, 고구려가 존속했던 705년 동안 중국에서는 35개 국가가 이합집산을 했고, 그 중 24개 국가가 50년도 채우지 못하고 사라졌으며, 35개국의 절반가량은 한족이 아닌 북방민족이 지배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중국의 역사왜곡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중국의 역사왜곡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첫째 한국사를 각종 국가고시에 다시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역사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국가고시에서조차 한국사가 제외되고 있는 지금,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은 이미 충분히 예견된 사건이다. 둘째 역사왜곡의 뿌리를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넘어 고조선사부터 바로 잡아야한다. 중국 역사왜곡의 선봉자인 장삐보(張碧波)는 “은나라의 기자가 한반도에 처음 기자조선을 세웠고, 기자조선이 고구려·발해 역사의 시발점”이라고 강변한다.

이에 대해 아직까지 우리 국사교과서에 단군조선을 부정하고 있고 이것이 바로 중국의 역사왜곡을 자초했다고 통탄하는 한 역사학자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셋째 중국과 역사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주변국가 및 非한족들과 공동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몽골은 이미 흉노ㆍ선비ㆍ유연ㆍ돌궐ㆍ위구르에 이어 遼와 元을 자국사로 편입했다.

최근 국내 학계에서도 금 태조 아고타의 8대조가 통일신라 왕족 출신인 김함보(金函普)라는 宋史의 기록에 근거하여, 통일신라와 발해를 남북국으로 기술하듯 금과 고려시대를 남북조로 분류하여 기술하자는 주장이 처음으로 제기되었다.

 개인적으로 지난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 신화를 이룬 그 날의 감격에 대해 전국의 붉은 물결이 남북분단 후 줄곧 우리사회를 옥죄었던 레드 콤플렉스를 완전히 해소시켰다는 사실과, 붉은악마의 상징인물로 배달국 14대 치우천왕이 우리민족앞에 찬란하게 부활했다는 사실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우리는 이미 한민족의 뿌리인 고조선사에 대해서 더 이상 무관심해질 수 없는 시점에 서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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