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대학가에서 등록금 투쟁이 학생운동의 중요한 사업 중의 하나가 되었다. 처음에는 사립대학에서 시작된 운동이 국립대학에도 퍼져, 대학마다 연례행사가 되다시피 한 것이 오래인데, 이번 학기에는 전남대 학생들이 등록금 투쟁의 결과로 2만원씩을 사후에 돌려받는 성과를 얻기도 하였다.  

전자경보장치와 등록금

언제부터인가 대학가에서 등록금 투쟁이 학생운동의 중요한 사업 중의 하나가 되었다. 처음에는 사립대학에서 시작된 운동이 국립대학에도 퍼져, 대학마다 연례행사가 되다시피 한 것이 오래인데, 이번 학기에는 전남대 학생들이 등록금 투쟁의 결과로 2만원씩을 사후에 돌려받는 성과를 얻기도 하였다.

입장과 처지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따져보면 누구도 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을 무조건 나쁘다고 탓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에서 대학등록금이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은 비율로 인상되다보니 지금에 와서 대다수 학부모들에게는 자녀의 대학등록금을 대는 것이 점점 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되었다.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한 해 등록금이 적게는 육백에서 많게는 천만 원이다. 그렇다면 이 나라의 학부모들 가운데 일 년에 그 많은 돈을 통장에서 꺼내 쓸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국립대학이 사립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낫기는 하지만 이대로 등록금이 오르기만 한다면, 마지막에는 가난한 사람의 자식이 대학교육을 받는 것은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 생각하면 그 뿐이겠는가? 대학에 들어가기까지 지불해야 하는 사교육비를 생각하면,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자식을 많이 두고 싶어도 과중한 교육비 때문에 자식 하나를 잘 키우기도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대학 등록금을 낮추어 적어도 가난 때문에 대학교육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은 다른 무엇보다 정부의 교육예산, 그 중에서도 고등교육을 위한 예산을 늘리는 일이다. 2004년 현재 고등교육에 할당된 정부예산은 GDP 대비 0.43%였는데 이는 OECD국가 평균 0.9%의 반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고등교육에 더 많은 국가 예산이 투입되도록 정부를 압박하는 일이다. 이 일에 비하면 등록금을 내리라고 총장실을 점거하는 것은 어쩌면 표적이 빗나간 운동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등교육 예산을 늘리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주어진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일이다. 지난 봄 학기 인문대 건물들에 전자보안장치가 설치되었다. 처음 그것을 설치한다고 했을 때 나는 현관문 앞에 보안장치를 설치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모든 사무실과 교수연구실 그리고 강의실 문마다 그것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예산이 얼마인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를 포함해서 대다수 교수들은 그것을 요구한 적도 없고,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또 실제로 사용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국립대학이 주인이 없고, 대학 예산이 속된 말로 눈먼 돈이라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그 많은 설치비는 물론이고 계속 지불해야 할 관리비까지, 이런 낭비가 어떻게 가능한지 나는 여러 달 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을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학교 도서관 장서 수준은 바닥이고, 내가 일하는 인문대학만 해도 건물 내에 학생들이 강의 사이에 쉴 수 있는 카페나 휴식공간이 하나도 없는데, 연구실 문을 드나들 때 마다 혼자 녹슬어가는 전자경보장치를 보면 방향 없이 표류하는 국립대학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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