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는 매년 내부혁신 자체평가 보고서 또는 대학자체평가 보고서를 작성해 왔으며, 보고서는 대학개혁에 대한 평가를 받기 위하여 정부의 관련 부처에 제출되었다. 정부의 부처는 자체평가보고서를 평가하여, 우수대학 등으로 판정을 하고 차등을 두어 수억 원 또는 수십억 원을 지원하였다. 한편 평가기준의 중요한 사항은 보고서 작성이전에 미리 알려지곤 하였다.  

대학교는 매년 내부혁신 자체평가 보고서 또는 대학자체평가 보고서를 작성해 왔으며, 보고서는 대학개혁에 대한 평가를 받기 위하여 정부의 관련 부처에 제출되었다. 정부의 부처는 자체평가보고서를 평가하여, 우수대학 등으로 판정을 하고 차등을 두어 수억 원 또는 수십억 원을  지원하였다. 한편 평가기준의 중요한 사항은 보고서 작성이전에 미리 알려지곤 하였다.

최소전공인정학점제가 그 가운데 하나이다. 전공학점을 최소 36학점이상 이수하면 전공이수를 인정하는 제도이다. 그동안 있었던 전공 필수와 선택의 구분이 없어지기도 하였다. 물론 대학이 자율적으로 한 것으로 하였다. 대학의 내부혁신자체 평가보고서의 또 다른 평가기준중 하나에 모집단위 광역화가 있었다. 대학들은 여러 가지 묘안과 형식으로 학과를 통폐합하여 그 기준에 맞추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우수대학이라는 판정과 수십억 원의 재정지원을 기대하였다.  나는 몇 년 전에 자체평가위원으로서 자체평가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교육 분야에서 최대의 개혁이라고 강조하면서 평가보고서를 작성하던 중에, 자동차 경주로 유명한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비치에서 열리는 그레이하운드 레이싱에 대한 기억이 갑자기 머리를 스쳤다. 클리어 메리!

  경주장의 경주개들은 토끼털로 만들어 토끼 냄새를 풍기는 인형먹이를 뒤쫓고 있었다. 경주개 가운데 클리어 메리라고 하는 개가 있었다.  여느 개처럼 한참 먹이를 쫓아 달리던 클리어 메리가 경주 중에 갑자기 멈추어 섰다.

그리고 가짜 먹이를 쫓는 개들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클리어 메리에게 많은 돈을 걸었던 관중들이 순간 조용하더니 일어나 야유하기 시작하였다. 클리어 메리는 관중석을 올려다 본 후, 경주장을 가로질러 반대쪽 트랙으로 달려가 먹이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는 먹이가 다가오자 가볍게 가짜 먹이를 낚아채어 내동댕이치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정적 속에 갇혔다. 

   최소전공학점제는 부정적인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관련 정부 부처는 결코 그 제도를 강요한 바 없으며, 대학에서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시행한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폐지하거나 수정하라는 발표는 없었다. 현재 이공계에서는 최소전공학점제가 사실상 폐지되고 있다. 또한 형식적인 모집단위 광역화는 전공배정과 전공운영에서 불협화음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아직도 지금의 대학혁신과 대학의 경쟁력강화와 특성화는 마치 전공과 학과와 학부의 통폐합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K대학교는 모집단위 광역화를 실시하지 않았으며, 그해에 정부 부처로부터 평가와 관련된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였다. 나는 그날의 그레이하운드 레이싱 후에 클리어 메리에게 일어난 일이 궁금하였으며 지금도 알 길은 없다. 다만 상상할 뿐이다.

  경주가 열렸던 다음날, 한 신문에 클리어 메리의 사진이 실린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소개된다. ‘클리어 메리는 쫓아야 할 먹이를 아는 현명한 개이다. 먹이만을 쫓지 않는 진정한 개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주놀이에는 부적합한 개이다.’ 주인은 클리어 메리를 다시 훈련시킬 것이다.

  나는 클리어 메리가 기억난 이후로 자체평가보고서를 마치기까지 가끔 사무실을 서성이곤 하였다. 보고서에 없었던 후기를 지금 다시 생각하며 쓴다. ‘이제 대학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살펴볼 때가 되었다.

대학의 본질을 다시 한번 되새길 때가 된 것이다. 추진하는 정책에서, 합목적적이고 발전적이며 자율적인 주체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것이 대학혁신과 경쟁력강화에서 성공을 이루는 기본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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