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이꽃, 자구꽃 등 각자의 애칭을 붙인 꽃화분 4개가 나란히 놓인 자연대 학생회실. 올한해 학생회를 대신해 심진 군이 "울타리를 쳐놓고 그 안에서 일꾼이 들어앉아 바깥의 학생들에게 들어오라는 모습이다"던 한 선배의 말을 새기며 가꾼 그 곳이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홀로 학생회를 지키며 새내기 배움터를 준비하던 외로움이 "02학번들에게는 반복하지 말자"는 다짐이 자신을 단단해지게 만들었단다. "천성상 애들과 노는 것 을 좋아한다"는 그의 학생회의 울타리를 걷어버리는 작업은 소풍계, 농구하는 모임 등 새내기들과 부담없이 함께 할수 있는 것들로부터 시작됐다. 학생회가 없어 못했던 철쭉제 대신에 ’자사모’라는 모임으로 주막을 준비해 자연대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즐겁게 준비했다"는 목소리가 지금 그의 곁에 든든히 서있는 새내기 학생회 일꾼들에게서 자연스럽게 나온다.
새내기들이 말하는 심 군은 "하고보자"는 저돌성으로 뭉친 사람. 여름방학이 끝나고 사물함을 찾은 학생들을 반겼던 개강편지는 "불가능하다"던 학생회 일꾼들의 일주일 밤을 꼬박 새운 "성취감"이었다. 편지가 부족해 마지막 한두개의 사물함은 그냥 넘어가자는 일꾼들에게 "학생들이 섭섭해한다"며 끝까지 하나씩 붙여나갔던 그에 대한 믿음은 지난 자도 자리표 문제로 더욱 굳어졌단다. 6시부터 일어나서 "학생들은 이렇게 일찍부터 오는데 늦잠을 자야되겠냐?"며 자연대 도서관 자리표를 만드는 작업을 함께 했다는 것이다. 자연대 학생회 건설준비위원회, 남북청년학생 통일대회 등의 내용까지 담아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데 "자리표예요, 공부 열심히 하세요"라는 따뜻한 한마디와 함께 건네는 자리표의 효과야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건준위 활동을 펼쳐왔던 그였지만 새로운 학생회를 세운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열심히 사는 것조차 의미를 찾기 어려운 요즘이었던 큰 이유였다. 그런 침체를 겪던 그에게 ’미래를 사랑하라’는 말에 비춰 "나는 무슨 미래를 사랑하려 했던가 생각하게 됐다"는 고민은 한 새내기 일꾼의 열의에서 시작됐다. 편도선염으로 병원에서 피고름을 짜고와 벙어리가 된 새내기 일꾼이 ’태백산맥 역사기행’을 선전하겠다고 몸을 이끄는 작지만 결코 약하지 않은 그 모습으로 말이다.
다시 한번 일어서는 그에게는 "학생회는 학생들과 세워야 한다"는 진리가 있다. "올 한해 폭넓게 만난 자연대 학생들의 고민을 바탕으로 그들 안에 뿌리박는 학생회 건설을 고심하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역할이요 몫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학생회 자체가 학생들 자신의 것이며 그들의 일상이 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자연대 학생회의 밑그림이 "미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는 그의 포부로 채워진다.

백지선 기자 kindpl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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