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능력시험이라는 힘겨운 대학입시를 통과한 학생들이 대학문을 들어서며 한번쯤은 해보는 행복한 상상이 있다. 바로 열 명 남짓한 학생들이 잔디밭에 둘러앉아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다. 함께 어우러지면서 대학이라는 곳을 몸소 느끼는 것. 최근 이 작지만 아름다운 일이 ’상상’에 그치고 있다. ’우리’를 체험할 수 있는 학생회가 예전의 학생회답지 않기 때문이다. 11월 20일 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우리 대학 학생들의 학생회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2002년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에서 1천 여명의 대학생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43.8%만이 ’학생회 선거에 참여하겠다’고 답했고, 43.3%는 ’할 수 있으며 하겠다’, 나머지 12.9%는 ’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최근 학생회 선거 투표율에서 50% 넘기기를 고심하던 학생회는 올해 역시 선거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높지 않는 가운데 선거에 돌입했다. 이런 학생회 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단연 학생회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학생회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학생회? 별로 느껴지는 것이 없다"
이제 학생회는 학생들의 ’화두(話頭)’가 아니다.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는다.
미술학과 회장 원승룡 군(미술·3)은 "요즘 학생들은 자기와 연관이 없으면 들으려하지 않는다"며 학생들의 무관심의 원인을 분석한다. 우리대학 홈페이지 토론방에 jung8804라는 닉네임을 가진 학생 역시 "학우들은 이제 개인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서 움직인다. 정치가 어떻든 학교의 파행적인 업무가 어떻든 학우는 자신의 이익과 관련이 없는 것은 알려 하지 않는다"며 요즘 학생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금의 학생회, 행사 준비·주최에 그쳐

1985년 학생들의 자주적 권리를 찾기 위해 학도호국단에서 학생회로 바뀐 것은 학생들의 이해와 요구를 자주적으로 실현하기 위함이었으며, ’학생회의 주인은 학생이다’는 것에 강조를 했음이다. 하지만 지금의 학생들의 모습속에서 학생회 주인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까.
응용식물학부 회장 김영진 군(응식부·3) 역시 "과 학생이 4백 80명 ㅅ도프嗤?학회실에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얼굴을 보는 학생들이 40명이 한 과인 학생회를 들락날락하는 수와 비슷할 정도로 적다"며 "과 학생들이 원하는 사업을 집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함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정치 사회적 문제로 학생들이 똘똘 뭉쳤다고 하지만 지금의 학생회는 중·고등학생들이 축제를 준비하는 것처럼 행사를 만들과 주최하는데 그친다"는 조영은 양(제약·3). 그는 "학생회실을 오가고, 함께 행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소수일 뿐이다"며 "함께 참여해 행사를 준비하면 학생회를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데 아쉽다"고 호소한다.
이 때문인지 최근 학생들은 학생회에 함께 하는 ’주인’이 아니라 ’바라보는’ 입장이 대다수다.

운동권·비권의 문제 아닌 참여 자체의 저조함이 원인

학생들은 학생회의 참여가 어려운 이유로 학생회가 운동권이라는 영향 또한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학과 원승룡 군은 "반미투쟁이나 통일 등을 선전하는데 있어서 천천히 알리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인식시키려하기 때문에 배타적인 느낌을 간직하게 된다"고 말한다.
또 조 양은 "대학에 들어와서 새내기 새로배움터나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학생회가 괜찮은 집단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갈수록 학생회가 운동권이라는 생각에 학생회실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무서웠다"고 밝혔다.
과거 운동권을 향한 과격한 인식들이 현재까지 학생회를 경직된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대학 홈페이지 토론방에 newace라는 닉네임의 학생은 "운동권 학생들이 나름대로의 편견으로 항상 비판을 받아오지만 소시민적인 자세로 자신들의 권익조차도 지켜내지 못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아쉬울 때마다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권리란 남이 찾아주는게 아니라 자기가 지키는 것이다"고 학생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생회가 ’운동권’이냐, ’비권’이냐 문제도 학생들이 학생회 속으로 들어가는데 작은 영향을 주지만 그 보다더 살펴보아야 할 것은 학생들이 학생회를 통해 자기 권리를 얼마나 찾고 있느냐다.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학생회 일꾼들의 활발한 활동의 부재도 문제지만 ’지켜보는’ 속에서 진정한 비판이란 나오기 어려운 법이라 했다.

이국현 기자 madrpess@hanmail.ne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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