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란 말은 사람들에게 친근하지만 인터뷰 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인터뷰어’라는 단어는 생소하다. ‘기자가 인터뷰도 하니깐 인터뷰어지, 뭐 따로 있나’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를 만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사회인사가 아니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인터뷰 저널리즘을 개척하고 있는 인터뷰어 지승호가 있다. 지승호는 <비판적 지성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마주치다 눈뜨다>, <유시민을 만나다>, <7인 7색> 등의 인터뷰집을 통해 한국사회 전반을 바라보게 하고 있다. 최근 봉준호, 류승완, 김지운 등 영화감독 인터뷰집 작업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인터뷰어’ 지승호를 ‘인터뷰이’로 만나 인터뷰를 통해 말하려고 하는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엮은이  

■ 창간 52주년 특별 인터뷰 - 인터뷰어 지승호를 인터뷰이로 만나다

“세계에서 존중받는 인터뷰어 되는 것이 꿈”

차분하게 상대방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방식이 인터뷰


‘인터뷰’란 말은 사람들에게 친근하지만 인터뷰 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인터뷰어’라는 단어는 생소하다. ‘기자가 인터뷰도 하니깐 인터뷰어지, 뭐 따로 있나’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를 만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사회인사가 아니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인터뷰 저널리즘을 개척하고 있는 인터뷰어 지승호가 있다.

지승호는 <비판적 지성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마주치다 눈뜨다>, <유시민을 만나다>, <7인 7색> 등의 인터뷰집을 통해 한국사회 전반을 바라보게 하고 있다.

최근 봉준호, 류승완, 김지운 등 영화감독 인터뷰집 작업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인터뷰어’ 지승호를 ‘인터뷰이’로 만나 인터뷰를 통해 말하려고 하는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엮은이


기자 = 언제부터 인터뷰어의 길을 걷게 됐나


‘인터뷰라는 방식이 좋다’


지승호 = 인터뷰는 2000년부터 한겨레 ‘하니 리포터’로 활동하면서 했고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해서 먹고살겠다고 한 때는 2002년이었다.

그 전에는 천리안, 하이텔 같은 곳에 정보 제공하는 PC통신 사업을 했었다. 잘 안돼서 폐인같이 생활하던 중 대중에게 무엇인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떤 방법으로 말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칼럼의 경우 정치적 색깔이 드러나면 읽는 사람이 왜곡해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인터뷰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여지도 많고 거부감도 덜 하다. 이 점이 내가 인터뷰라는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상대방을 설득하고 나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소통을 못하고 있다. 최근 윗집에서 시끄럽게 한다고 온 가족이 쇠파이프를 들고 가서 때리는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인터뷰는 말하는 사람의 생각을 충분히 듣고 공감하게 하는 방식인 것 같아 인터뷰어의 길을 걷고 있다.


기자 = 특정 매체에 소속돼 있는 것도 아니고 ‘인터뷰어’라는 직업이 흔한 것도 아닌데 인터뷰 요청이 힘들지 않나.


모든 기자가 열심히 했으면 나에겐 기회 없었을 것


지승호 = 지금까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처음에 김어준 씨(딴지일보 총수)와 같이 작업을 한 적이 있어서 인터뷰를 했다. 이런 식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인터뷰를 하면 다른 사람들이 자기가 관심 있는 사람 인터뷰를 보면서 나를 함께 기억 해준 것 같다. 나중에 인터뷰 요청을 했을 때 ‘어, 지승호 인터뷰 본 것 같다’고 인터뷰에 응해주는 것을 보면.

또 내가 인터뷰 요청하는 사람들이 전혀 인터뷰를 안 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 인터뷰 요청을 하면 되도록 자기 시간이 허락하는 한 자기 메시지를 사회에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만 다른 기자들이 다 열심히 했으면 소속된 매체도 없는 내가 인정받긴 어려웠을 것이다.(웃음) 다른 사람들이 인터뷰 준비를 열심히 안하니깐 똑같은 기회를 얻었을 때 좀 더 성의 있게 한 나에게 가능성이 열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기자 =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서 인터뷰 했나


한번 인터뷰 시작하면 6시간도 금방


지승호 = 보통 1년에 한 150명 정도의 사람정도 인터뷰를 하는 것 같다. 알다시피 내가 준비하는 인터뷰는 질문지만 원고지 1백 매 분량인 긴 인터뷰다. 이번에 봉준호 감독의 경우 6시간 인터뷰를 정리해보니깐 원고지 6백 매 분량이 나왔다. 류승완 감독은 내 인터뷰를 마치고 ‘이런 사람 처음 봤다’며 ‘징그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 = 진보적, 개혁적 인사들 많이 만났다. 그 사람들 인터뷰를 통해 말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있을 것 같다


지승호 = 내가 인터뷰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적어도 개인이 사람답게 대접받는 것이고 진중권 선생님의 경우 ‘세상이 금방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냉소적으로 말 하지만 최소한 다음 세대라도 사회가 아픈 사람은 치료 받을 정도, 돈이 없어도 교육 받을 정도 등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그것은 나의 바람이기도 하다.


기자 = 인터뷰만 거의 6년을 하면서 ‘인터뷰란 무엇이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승호 = 한 사람을 진심으로 만나 이야기 하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 놓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기록을 안 남기는 쪽이었다. 웹 사이트 ‘시비걸기’를 처음 운영하면서 칼럼을 썼을 때 누군가 ‘술자리에서 울분을 토하고 끝날 얘기를 사회적 담론으로 끌어낸 것 아니냐’는 비판을 했다. 하지만 대단한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얘기를 하면서 그것을 기록으로 남길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떠들고 끝내는 것이 아까웠다. 나의 인터뷰는 선정성이 아니라 대중이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부분들을 비교적 선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끌고 간다. 긴 인터뷰에서 장난을 치려고 마음먹었으면 지금까지 기자들이 그랬듯 엉뚱한 멘트를 제목으로 뽑고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기자들이 신뢰감을 얻지 못한 것이다. 난 특종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만의 무엇인가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자 = 인터뷰집을 읽으면서 이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이 사람들이 말하려고 하는 진지한 뜻을 대중에게 알려주려고 인터뷰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보여주고 그를 통해 한국사회를 보여주고


지승호 = 인터뷰를 통해 그 사람 자체를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도 있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지금 한국사회를 보여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누군가 <7인7색> 서평에서 이 한 권이면 한국사회 전반적인 부분을 어렴풋이 알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런 바람으로 인터뷰집 작업을 했다. 특히 하종강 선생님 인터뷰를 보면 ‘우리도 다 노동자인데 우리가 왜 노동자 의식을 갖지 못하고 노동운동하면 거부감을 가졌을까’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차분한 반성을 하게 한 것 같다.


기자 = 인터뷰를 하다보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거나 깨닫게 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지승호 = 맨 날 대단한 사람들 만나서 과외 받고 온다.(웃음) 예전에 기자하는 후배를 따라 가수 시상식에 간적이 있다. 그때 아이들이 기자처럼 생긴 사람들을 붙잡고 어떻게든 들어가게 해달라고 매달리는 것을 봤다. 그걸 보며 기자들이 미안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보고 싶어 하는 애들이 있는데 기자는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쉽게 볼 수 있으니깐. 기자는 팬들을 대신해 소통하기 위해 스타를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나도 한 사람의 시간을 뺏는 만큼 사회와 소통 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느낀다.


기자 = 가장 만족스러웠던 인터뷰와 가장 아쉬웠던 인터뷰가 있다면


지승호 = 강준만 교수가 떠오른다. 워낙 인터뷰를 안 하는 사람이라 인터뷰를 했다는 것 자체는 만족스러운데 내용적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담지 못해 가장 아쉬운 인터뷰였다. 두 시간 인터뷰 했는데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라 느꼈다. 일단 말문을 트니깐 두 시간 인터뷰 분량이 원고지 2백 매가 나왔다. 이왕 하는 것 좀더 괴롭혀서 좋은 기록 남겨두면 모두에게 더 좋은 텍스트가 됐을 텐데 배려한다고 짧게 해 아쉬움이 남았다.

가장 내용도 만족스러웠던 것은 이번에 준비한 봉준호, 김지운 감독 인터뷰였다.


기자 = 인터뷰를 잘하는 비법 같은 것이 있다면


지승호 = 다작, 다독, 다상량 같이 상투적인 것 이외에 글을 잘 쓰는 법이 따로 없듯 인터뷰도 비법은 없는 것 같다. 인터뷰 할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어떤 이야기를 할지 상상도 해보는 것이 인터뷰에 도움이 된다. 덧붙여 자신의 견해도 있어야 한다. 인터뷰어 하기 전에 칼럼, 잡글을 굉장히 많이 썼다. 거의 한국 사회의 모든 주제에 대해 한번씩은 썼었는데 거기에 대한 생각은 있지만 인터뷰이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생각을 가지되 그 사람이 말 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자 = 조금 소재를 바꿔 요즘 대학생을 바라보면 어떤 점을 느끼나


지승호 = 요즘 대학생들은 정치에 대해 사실 관심이 없다. 한국사회가 여러 가지 요소로 볼 때 거꾸로 갈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젊은이들이 정치의식이 없다는 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 무서운 것 같다.

서울대에서 최근 한총련 탈퇴한 것은 정운찬 총장같이 보수화 된 사람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 없는 것을 쿨한 태도라 생각하고 앞에서 ‘이건 그래도 해야 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은 뭔가 촌스러운 사람이라 여기는 점이 아쉽다. 분명 그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어야 하는데.


기자 = 앞으로의 꿈과 계획은 어떤가


지승호 = 촌스러운 이야기일수도 있는데 세계에서 존중받는 인터뷰어 중 하나가 되고 싶다. 내가 출세주의자인 것은 아니고 내 스스로 다짐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강준만 선생님이 <마주치다 눈뜨다>에 “지승호는 이탈리아 인터뷰 전문 저널리스트 오리아나 팔라치보다 더 윤리적이고, 미국 방송 인터뷰 전문 저널리스트 바바라 월터스보다 성실하다”고 평가해줬다. 그것을 보면서 고마웠고 ‘그래 그럼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해서 안 되면 할 수 없지만 되면 나쁘지 않은 일이니깐. 예전엔 이 꿈이 막연했었는데 영화감독 인터뷰집 작업을 하면서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박찬욱 감독 인터뷰는 하지 못했지만 나중에라도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를 한국 최고 수준으로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외국의 영화 팬들이 봤을 때는 세계적인 텍스트가 될 수 있으니깐.

그리고 차베스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 그 사람을 인터뷰하는 것이 미국의 저널리스트보다 못할 것이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이런 것이다’고 설명을 한다면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중남미 좌파 도미노 현상과 미국과의 관계문제가 세계사 흐름에서 중요한 상황에서 그를 인터뷰하면 나름대로 소중한 텍스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것을 한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조금 행복해지는 부분은 있겠지만 내 인생이 굉장히 달라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하며 살고 싶다.

/이수현 기자 1004gamsa@hanmail.net

/장옥희 기자 sush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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