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ㄴ, ㄷ…”하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겼다. 일반적으로 한국과 중국은 ‘집단주의적 성향’, ‘가부장 중심의 전통’등의 유사한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고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한국에 유학 와서 언어와 문화를 직접 체험해보니 양국의 문화가 결코 유사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ㄱ, ㄴ, ㄷ…”하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겼다. 일반적으로 한국과 중국은 ‘집단주의적 성향’, ‘가부장 중심의 전통’등의 유사한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고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한국에 유학 와서 언어와 문화를 직접 체험해보니 양국의 문화가 결코 유사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한국과 중국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혼자서 학교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설문결과를 본적이 있다. 중국학생 73%가 ‘아무렇지 않다’고 답한 반면 한국학생은 15%에 불과했다. 혼자서 식사하면 친구가 없는 불쌍한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을 입학하면 졸업생들의 취업 동향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중국 학생들과 달리 한국대학생들은 학과, 동아리 등의 단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적응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점에서 강한 소속감과 집단성이 엿보인다.

한국인들이 소속집단 구성원간의 호혜 행위를 강조하는 반면에 중국인들은 일대일의 호혜관계를 더 중시한다. 이 차이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오해가 생기는데, 내가 아는 한국인 선생님이 중국 학생들에게 느꼈던 실망감은 바로 여기서 비롯되었다. 선생님은 중국인 학생들에게 어학연수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몇 명은 자발적으로 포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친한 관계로 맺어진 집단구성원의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선생님의 예상과 달리 아무도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같은 집단에 속해 있더라도 모든 구성원과 친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친한 친구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좋은 기회를 양보하는 것은 중국적 사고방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중국인의 호혜 방식은 다음과 같은 경우 일대일 관계를 선호한다.

일반적으로 중국과 한국은 ‘연줄’을 중시한다. 그러나 한국인의 인맥이 ‘선천적인’것에 가깝다면 중국인은 ‘꽌시(關係,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를 맺을 때 ‘후천적인 ’사귐을 상대적으로 더 중시한다. 물론 중국에서도 ‘친척’, ‘동향(同鄕)’, ‘동창’을 말하기도 하지만, 동향이나 동창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한국처럼 자주 모이는 것도 아니고 또 견고하게 집단이 형성되지도 않는다. 즉 중국은 각 개인이 독립된 원자처럼 행동하므로 주로 일대일 관계를 통해 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또한 사람을 사귀는 방식도 차이가 있다. 중국인은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이 있는지 알 수 있고, 시간이 오래 지나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路遙知馬力, 日久見人心)’, ‘바람이 세야 어떤 풀이 센 풀인지 알 수 있고, 곤경에 빠져봐야 사람의 진심을 알 수 있다(疾風知勁草, 患難見眞心)’라는 말을 자주 한다. 즉 오랜 시간동안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조심스레 관찰하면서 곤경에 처할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비로소 친구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인들은 혈연, 지연, 학연 등의 관계가 형성되면 마음을 빨리 연다. 또한 나이가 같거나, 몇 번의 술자리 경험으로 스스럼없이 자신의 고민을 꺼낼 정도로 쉽게 친해진다.

한국인의 집단은 수직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학교에서는 후배가 선배에게, 학생이 교수에게, 교수가 총장에게 고개를 숙인다. 나이와 경험이 비슷한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입학 연도와 나이에 따라 선후배 관계가 정해진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집단은 엄격하고 분명한 상하 관계 구조가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중국 기업들은 가족처럼 화목한 분위기 형성을 만드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양국의 교류가 급속하게 넓어지고 깊어지는 오늘날, 우리는 서로 비슷하면서도 적지 않은 문화 차이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서로 간에 공존하는 다양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유락초 객원기자 iulecha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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