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5.18민주화운동기념일이 다가오면 당시 자료화면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가 TV에서 방영된다. 학창시절부터 보아왔던 이 화면들은 이제 그 장면을 외울 수 있을 정도다. 매년 똑같은 장면을 보는 것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아래 몇 편의 영화에서 5․18을 어떻게 그리고 어떻게 다가섰는지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엮은이  

해마다 5.18민주화운동기념일이 다가오면 당시 자료화면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가 TV에서 방영된다. 학창시절부터 보아왔던 이 화면들은 이제 그 장면을 외울 수 있을 정도다. 매년 똑같은 장면을 보는 것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아래 몇 편의 영화에서 5․18을 어떻게 그리고 어떻게 다가섰는지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엮은이 


지금까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영화화 한 것은 이정국 감독의 ‘부활의 노래’(1990), 장선우 감독의 ‘꽃잎’(1996), 그리고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1999)이 있으며, 오는 6월에 촬영에 들어갈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 또한 5.18광주민주화항쟁을 주제로 선보일 예정이다.

가장 생소하게 다가온 ‘부활의 노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영화의 소재로 다룬 최초의 극영화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 영화 속에서는 야학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이 등장하며, 그중에서 사회 정의 실현을 꿈꾸던 ‘철기’는 야학에 참여하면서 정치, 사회적 모순과 민중의 현실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야학 선배 ‘태일’과 ‘민숙’은 공장노동자이자 야학생인 ‘현실’과 ‘봉준’등과 공장 실태를 조사하다가 박정희의 유신정권과 긴급조치의 부당성을 깨달으면서 이 젊은이들을 민주화의 소용돌이로 빨아들인다. 이 젊은이들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향한 염원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5.18항쟁은 이러한 그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흘린 피와 땀이 없이는 이뤄질 수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1996년도에 개봉한 장선우 감독의 ‘꽃잎’이라는 영화에서는 머리에 꽃을 꽂은 한 소녀가 등장한다. 1980년 5월 광주의 무더웠던 여름에 죽어가는 엄마를 뿌리친 채 광주를 빠져나온 소녀는 죄책감으로 제 정신이 아니다. 이런 소녀를 보는 ‘장’은 무언가 무서운 일을 겪었던 것처럼 망가진 소녀의 몸을 보고 분노 속으로 빠져든다. 저항할 힘조차 없는 가냘픈 소녀는 80년 5월 광주의 희생양의 한사람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참혹함과 짠한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이 영화 속의 5.18 광주민주화항쟁은 소녀를 통하여 피해자의 참담함과 방관자의 부끄러움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1999년도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은 주인공 ‘영호’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과거 20년간의 한국 근대사를 개인의 삶 속에서 찾아볼 수 있도록 한 영화다. 과거로의 기억여행 속에서 1980년 5월 당시 영호는 전방부대의 신병이었고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총을 들고 광주로 나선다. 민주화를 외치며 쓰러져간 시민과 학생들에게 총을 겨누는 영호는 당시 진압군 무리속의 지극히 평범하고 아무것도 몰랐던 한 결백한 군인의 어쩔 수 없는 처지를 보여준다. 당시의 계엄군 역시 그 날의 비극이 만들어낸 가해자였지만 피해자였던 것이다.     

이전의 5.18항쟁 관련 영화와는 달리 블록버스터 영화, ‘화려한 휴가’는 1980년 광주 학생 운동이 일어날 당시 광주 금남로에 있었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 제목은 1980년 5월 18일 발발한 광주민중항쟁을 진압하도록 한 군사정권의 ‘작전명’이다. 민주화를 외치던 시민들에게 탱크와 총으로 진압한 사건이, ‘화려한 휴가’라니…그 작전명부터가 아이러니하고 괘씸하기까지 하다. 이 영화는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10일 동안 민주화 운동 격전지였던 광주에 살았던 평범한 인물들이 겪는 5.18 항쟁을 여러 사람들을 통해서 그려나갈 것이라고 한다. 중요한 모티브로 형제를 등장시켜 진압군에 맞서 광주 시민군이 결집 되고 항쟁이 전개 되는 과정을 인간적이고 실감나게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그려나갈 것이라고 하니 기대해볼만하다.

/천진영 객원기자 yellowfal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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