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나라’안의 ’자본주의 섬’ 신의주 특구에 기대

북한은 지난 9월 신의주를 특별행정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와 함께 공표한 ’신의주 특별행정구 기본법’이 기존 북한의 체제와 비교해 볼 때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독자적인 행정, 입법, 사법의 3권을 갖고, 특구 법 제도를 50년 동안 개정하지 않기로 하는 등 이번 조치는 사실상 북한 내에 ’또 다른 나라’가 만들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파격적이다.
북한의 ’신의주 특구 지정’은 지난 7월의 ’경제관리 개선조치’에 이어진 또 하나의 획기적 정책 결정이다. ’경제관리 개선조치’가 생활필수품의 가격현실화와 임금 인상, 현물 경제에서 화폐중심 경제운영체제로의 전환 등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치였다면, ’신의주 특구 지정’은 그 연장선상에서 해외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내부경제를 지속적으로 안정화하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북한의 경제 정책변화를 어떻게 볼것인지 관련한 여러 입장이 존재한다. ’북한이 시장경제의 도입과 함께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시장·자본주의로의 체제전환을 하려는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계획경제 시스템의 정상화를 위한 체제 내의 개선’이라는 관점, ’기존 이북이 주장했던 ’자립적 민족 경제론’의 원리에 어긋나는 조치’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변화된 환경 인식, 경제강국 건설 위한 ’변화’ 준비

여러 논란이 존재하는 가운데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북한의 경제 정책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매년 1월 1일 발표하는 ’신년 공동사설’에는 보통 지난해의 반성과 함께 오는 한 해의 목표가 담긴다. 2002년도 신년 공동사설을 살펴보면 올해의 경제 정책을 전망할 수 있게 된다.
올해의 ’강성대국건설의 새로운 비약의 해로 빛내이자’라는 제목의 공동사설에는 "변화된 환경과 우리 혁명 실천은 경제관리를 혁명적으로 개선·완성하는 것을 절박한 요구로 제기하고 있다"며 "사회주의 원칙을 확고히 지키면서 가장 큰 실리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사회주의 경제관리 완성의 기본방향이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북한이 98년부터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과학기술 및 교육사업, 산업 부분의 철저한 실리 보장, 새로운 환경에 맞는 경제관리체계 개선을 과업으로 삼아온 것을 보면 올해의 개혁적 경제 정책 실시가 꽤 오랜 준비 과정을 거쳤음을 짐작케 한다.
1998년 9월 헌법 개정, 1999년 4월 「인민경제계획법」제정, 1999년 마이너스경제성장 탈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및 이후 EU 국가들과의 관계정상화 및 경제관계 확대, 2000년 미국과의 관계 개선, 2001년 이후 사상·사고의 혁신과 인민경제의 기술적 ’개건’ 및 관리체계 개선에 대한 강조 등은 북한이 경제강국을 건설하려는 방향으로 변화를 도모하고있음을 보여주는 실례이다.
북한은 이미 제한적인 경제특구로서 1991년 나진·선봉지역을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설정 한 바 있다. 1997년에는 이 지대의 개발 촉진을 위해 화폐개혁, 자유시장 개설, 자영업 허용 등 경제개혁조치를 취하기도 했지만 외국인 투자는 97년 말까지 5천7백92만 달러에 불과하여 2010년까지의 목표치인 47억 3천3백만 달러에 크게 미달되고 있는 형편이고 제조업 부문의 투자유치도 인프라 부족으로 극히 부진한 상태이다.

원활한 자본·기술 도입 위해 대외 관계 정상화 힘써

경제 특구 성패의 관건은 외국자본과 기술의 도입 여부이다. 북한은 나진·선봉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없애는 특별행정구 제도를 도입하여 외국자본의 적극적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전력·항만·도로 등 인프라의 ?堧?위해 남북 경제협력과 대외 경제 관계 정상화에 힘쓰고 있다.
북한 경제 정책 변화 수위와 경제적 성과에 있어 중요한 변수는 북한 자체의 개혁 의지, 그리고 대외 환경이다.
우선 북한 당국은 체제정비, 혁신, 대외개방을 동시 추진하며 일정부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북한이 과거와 달리 경의선 및 동해선 철도·도로 공사 등 남북경협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사회간접자본 확보에 힘쓰고 있고, 북-일 정상회담에서 100억 원 가량의 식민 통치 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한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와 자본주의 세계시장의 참여 기회 봉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가 지속될 경우 북한 제품의 수출과 기술 집약적 장비의 도입이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북한에게는 미국의 경제 제재 해제가 국제환경에 있어 핵심적 과제라 할 수 있다.
김연철 교수(고려대 아세아문제 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은 분단 국가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경제 개혁에 있어 쿠바 등 다른 사회주의 국가보다 외교문제가 훨씬 중요한 변수"라며 "쟁점 사항을 대화와 협상으로 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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