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회 광주국제영화제’가 막을 올렸다.
’빛·꿈·감동의 나눔’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18개국의 2백 5편의 영화가 상영되고 영화 관련 학술대회와 청소년 영상전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일주일 동안 펼친다. 또한 이번 영화제는 로망 포르노의 대표작을 상영하는 ’닛카쓰 에로영화 걸작선’, 새로운 감독과 경향을 알게 해주는 ’영 시네마’, ’프랑스 범죄영화 특별전’, ’영화사 다시 보기’ 등을 상영하고 특별히 신예감독들을 발굴해 세계에 알리는 자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 국제 행사가 10여개가 넘는 형편에서 광주에서도 또 하나의 ’국제영화제’가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는 약 4백여 개의 크고 작은 영화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하더라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매니아들에게 매력적인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대안 영화·디지털 영화제인 전주국제영화제가 각각 특색을 내세워 그 영화제만의 색깔을 잘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광주국제영화제는 부산, 부천, 전주 국제영화제와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처음 부산영화제가 개최될 때 내걸었던 ’신인 감독을 세계에 알린다’는 기치를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광주국제영화제 대외협력처장 조양성 씨는 "부산국제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도 처음에 시작할 때 부산이나 전주의 특색을 살리거나 무슨 명분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며 "광주국제영화제 또한 광주만의 특색을 살리거나 다른 영화제와 큰 차이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앞으로 3회 광주국제영화제부터는 이번 영화제에 대한 평가를 참고해 광주의 특색을 살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우선 이번 행사가 국제영화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성대하게 잘 치러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광주 시민의 문화 수준을 높이고 광주가 문화 선진 지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기획된 광주국제영화제. 그럴수록 기존의 국제 행사와 별반 차이 없는 영화제보다는 광주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영화제가 더욱 절실하다.
이경순 교수(영문·영미소설)는 "이번 광주국제영화제가 광주만의 특색을 살리지 못해 아쉽다"며 "인권이나 민주화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제에 담는 것이 더욱 광주국제영화제의 색깔을 내는 데 적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나라, 쥬얼리 등의 인기가수가 지나간 7일간의 시끌벅적한 국제 행사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남길까. 축제 분위기를 즐기기 전에 우리는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아무런 특색 없이 열리는 이번 광주국제영화제가 무엇을 남길 것인지 그리고 더 많은 것을 남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광주국제영화제만의 향기를 맘껏 내뿜을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 정나래 전대신문사 기자jnroisea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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