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애들의 용돈벌이’ 정도로 치부됐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노동법에 잠자고 있던 주휴수당을 깨웠고,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 대표들에게 외쳤다. ‘사장 나와!’ 그렇게 노동조합(노조)이 없던 사람들이 사회적 교섭에 성공하며 주휴수당을 받아냈다. 그리고 2010년 청년세대 노조를 만들어보자며 우리는 ‘청년유니온’ 깃발을 올렸다. 청년유니온의 활동은 독보적이었다. 동시에 우리는 ‘노동운동계의 이단아’이기도 했다. 민주노총도 한국노총도 아닌 청년들, 사업장 중심이 아닌 세대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 우리는 세대별 노동조합이다.

2012년, 광주에도 이상한 청년들이 모였다. 끊임없이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야 하는 세상에서 틈을 내자 결의하고 ‘광주청년유니온’을 만들었다. 우리가 처음 이 사회에 던졌던 질문은 ‘왜 구직자는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을까?’였다. 그리고 집단에서 개인으로 일하는 우리 세대의 일터의 특성을 담아 우리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왔다.

노동조합인 동시에 우리는 커뮤니티다. 소셜유니온, 사회적 노동조합을 표방하며 주목하지 않았던 청년 시민들의 권리를 이야기했다. △피자배달제 30분제 폐지 △미용실 스태프 처우개선 △롯데호텔 사회적 교섭 △청년 구직자 실태조사 △플랫폼·프리랜서 노동 권익 활동 등 우리는 12년간 다양한 활동들을 해왔다. 청년수당, 청년기본법 제정 등 청년정책 거버넌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등 우리는 청년세대가 겪는 다차원적인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활동했다. 전국 8개 지부, 약 2천여명의 조합원들이 함께하는 청년세대 대표 노동조합으로 자리 잡기까지 이런 작은 경험들을 쌓아 올리며, 우리는 함께 해나갔다.

백수, 취준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우리는 청년실업의 ‘원인 제공자’에서 문제를 해결해가는 ‘시민’이 되어 청년기본법, 청년수당 등 제도적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해결해야 할 ‘대상’이었던 청년들은 해결해가는 ‘주인’이 되었다.

2023년 우리가 주력했던 활동은 바로 프리랜서 현안이다. 일하고 있지만 노동자는 아닌 사람들, 사회보험도 권리구제도 없는 무권리 시민들, 자유롭게 일한다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이들은 일터의 취약계층이다. 평균임금 190만원, 다쳐도 보상받지 못하고 교육, 도제라는 이름으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주며 사람을 쓴다. 우리는 광주지역의 청년 프리랜서들을 모아내는 활동들을 해왔다. 더하여 원탁회의, 정책간담회 등을 통해 프리랜서 노동의 불안전성을 완화하는 제도적 방안을 모색해왔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만난 프리랜서들은 굉장히 능동적으로 일하며 일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집단이라는 걸 확인했다.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은 노동법에 명시조차 되지 않는다.(플랫폼 노동자들 중 일부가 특수고용직으로 명시되긴 하지만 직종이 매우 제한적이다) 노동권 침해가 발생하면 이들은 노동자성 인정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을 했지만, 노동자가 아닌 애매한 경계 언저리에서 이들은 어떠한 법적 보호나 법에 명시된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2023년 기준 국내 프리랜서(비임금) 노동자 규모는 약 794만명으로 추산되며 앞으로 이러한 형태의 노동자들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종사자들은 증가하는데 법과 제도가 없다는 이유로 이들의 노동권은 방치되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 노동에 가장 많이 종사하는 세대는 청년층이다. 교육부는 2022년 대학 졸업자 중 프리랜서로 취업하는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프리랜서는 ‘일하는 방식의 자유로움’ 측면에서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양질의 신규 채용 일자리가 줄어드는 구조로 인해 청년의 미래 진로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청년이 프리랜서를 첫 일자리로, 혹은 진지한 미래의 선택지로 고민하는 만큼 이 일자리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전망을 가질 수 있는 일의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제도적으로 프리랜서 노동을 명시하고 이에 따른 사회 권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청년유니온이 처음 깃발을 들어 올린 곳은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한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사업장이었다. △편의점 △카페 △미용실 스태프 △청소년 노동자 △라이더 △구직자 등 노동조합 문을 두드리는 게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 곳이 우리의 시작점이었다. 더하여 그곳은 우리가 현재 놓인 자리이기도 했다. 늘 조금씩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우리와 함께 할 동료들을 기다린다. 함께일 때, 우린 강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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