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인 수면 패턴과 식사 중요

삽화 이지민(조선대 시각디자인학과)
삽화 이지민(조선대 시각디자인학과)

봄이 되고 일조량이 늘어나면 겨울 동안 웅크렸던 몸에 생기가 돌며 사람들은 외부 활동을 더 많이 하게 된다. 피어나는 꽃망울을 보며 환한 미소로 이를 감상하거나 사진을 찍는 모습도 봄에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봄’을 떠올렸을 때 우리는 흔히 △시작 △가능성 △희망 △생기 △즐거움 등의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봄을 주제로 하는 노래에서도 많이 느낄 수 있다. 경쾌한 리듬과 감미로운 멜로디, 설렘을 나타내는 노랫말.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봄은 달콤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연상하게 한다.

특히 대학 캠퍼스 안에서는 봄의 분위기가 더욱 고조된다. 캠퍼스 곳곳에서 새 학기를 맞이하여 여러 행사가 진행되고 사람들이 모여 왁자지껄 떠들거나 노래하는 소리, 잔디 위에 돗자리를 깔고 음식을 먹는 모습 등에서 겨울과 다른 풍경을 물씬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에 동참하기 어려운 사람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 동참은커녕, 오히려 들뜨고 소란스러운 분위기로 인해 이질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봄이 되면 더욱 우울해지고 무기력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가볍게 ‘봄을 탄다’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임상적으로 우울증으로 진단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있다.

특정 계절 변화에 따라 우울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때 이는 ‘계절성 동반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with Seasonal Pattern)로 진단받을 가능성도 있다. 계절성 동반 주요우울장애는 일조량이 줄어드는 겨울에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은 우리나라를 포함, 세계 여러 국가에서 봄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봄에 자살률이 급증하는 현상을 지칭하여 ‘스프링 피크’(spring peak)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이며, 자살 예방과 관련해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특히 봄에 더 경각심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생기와 활력을 가져다주는 계절로 느껴지는 봄에 왜 누군가는 더 우울함을 느끼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겨울에 줄어든 일조량에 우리 몸이 적응한 상태에서 봄이 되어 일조량이 변하자 생체리듬이 바뀌고,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하여 감정 기복이 심해질 수 있다는 가설이다. 즉, 봄이 되면서 좋았다 나빴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그런 불안정한 감정 기복이 우울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두 번째 가능성은 상대적 박탈감에 관한 것이다. 사람들이 박탈감과 소외감을 더욱더 강하게 느낄 때는 ‘다른 사람도 나와 같구나’라고 느낄 때가 아니라 ‘나만 이런가 보다’라고 느낄 때일 것이다. 봄이 되어 자신은 우울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을 보면 활발하고 즐거워 보일 때 자기 모습과 비교하며 이질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느낄 수 있다. 봄과 관련된 노래 중에서 이러한 기분을 잘 묘사한 노래가 있다. ‘10CM’의 노래 ‘봄이 좋냐??’ 노랫말 중에는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 벚꽃이 그렇게도 예쁘디 바보들아 / 결국 꽃잎은 떨어지지 니네도 떨어져라 / 몽땅 망해라 망해라”라는 부분이 있다. 이 가사 속 주인공은 봄을 즐기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자신이 느끼는 박탈감과 질투라는 감정을 익살스럽게 표현이라도 했지만, 봄철에 우울함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대부분 혼자서 ‘나만 이런가?’라고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 가능성은 봄과 함께 찾아온 여러 변화가 초래하는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감이 커질 수 있다. 긍정적인 변화든, 부정적인 변화든 생활에서 큰 변화가 있을 때, 익숙한 것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는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가 동반한다. 예를 들어 대학이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신입생들에게는 대학 캠퍼스에서 느낄 수 있는 환영의 분위기와는 별개로 대학 생활 적응이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도 있다. 또한 학년이 올라가는 학생들에게는 한 해가 바뀌었음을 더욱 실감하게 하는 봄은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학업, 진로에 대한 부담감으로 크게 다가올 수도 있다. 여러 시작과 변화가 동반되는 봄이 일부 사람들에게는 큰 스트레스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그에 압도당하면 우울감을 느낄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슬픔일 수도 있는 봄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까? 우선은 일조량의 변화에 우리 몸이 적응할 수 있도록 야외활동 시간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햇빛을 받으며 야외활동을 할 때 우리 뇌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가 증가한다. ‘행복 호르몬’이라는 별명이 있는 세로토닌 수준이 증가하면 기분이 훨씬 더 안정되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나가서 5분만 걸어보자’라는 마음으로 집 밖을 나선다면 그 5분을 걷는 동안 점차 기분이 나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고, 시간이 점점 연장되어 더 많은 시간을 걸을 수 있는 활력을 얻게 될 것이다. 꼭 야외에서 하는 활동이 아니어도 괜찮다. 실내에서라도 창문의 커튼을 걷고 스트레칭을 하거나 다른 운동을 규칙적으로 할 경우에도 충분히 도움이 얻을 수 있다.

더불어 우울감으로 인해 수면의 양이 크게 변할 수도 있는데 이럴 때 개인에게 맞는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새 학기가 되면 여러 행사와 술자리 등으로 우리 대학생들의 수면이 불규칙해질 수도 있다. 또한 수업 등으로 식생활도 불규칙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능한 규칙적인 수면 시간과 식사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우리의 정서를 조절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하는 것은 취침을 더욱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정한 취침 시간에 잠이 오지 않는다면 가만히 누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천천히 주의를 기울이며 몸 전체를 하나씩 이완해보는 방법을 권한다.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과 자신의 감정을 나누고 소통하거나, 내가 즐길 수 있는 취미나 흥밋거리를 찾아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만 이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용기를 내어 누군가에게 ‘나 요즘 조금 우울한 것 같아’라고 이야기한다면 의외로 많은 사람이 ‘나도 그래’라며 공감할 수도 있다. 사람마다 해결책이 다를 수 있지만 봄이 시작되는 시점에 나 자신이 우울해질 수 있음을 인정하고 미리 나름의 기분을 전환할 방법을 마련해두고 시행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고, 내 나름의 속도로 새 학기에 적응하며 하루를 살아가고자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봄에 피는 꽃들도 각자 피는 시기가 조금 다르듯, 우리도 우리만의 속도가 있다. 꼭 다른 사람들 속도와 텐션으로 똑같이 맞춰가지 않아도 괜찮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려는 자신에게 그래서 자괴감이 드는 자신에게 “봄인데 우울해도 괜찮아. 봄이라 우울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며 스스로 위로를 해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위에서 말한 노력으로도 우울감이 가시지 않는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꼭 받아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 대학에는 학생생활상담센터(https://counsel.jnu.ac.kr, 062-530-3787)가 존재한다. 우울감을 느끼는 이유가 개인마다 다를 수 있고, 우울감을 극복하는 방법도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전문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우울감을 느끼는 이유를 탐색해보고 스스로에게 맞는 극복 방안을 찾아가기를 진심으로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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