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대학이 지닌 위상은 시대를 거듭하면서 많이 변해왔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대학은 지성, 비판, 운동, 공동체와 같은 가치들에서 취업, 개인, 경쟁과 같은 신자유주의적 가치들이 평범하게 받아들여지는 기관으로 전환되었다. 대학문화도 빠르게 변해왔다. 권위주의적이고 때론 폭력적이기도 했던 분위기는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분위기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두고 여러 의견이 엇갈리겠지만 부인하기 힘든 사실 하나는 대학이 스스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시장이나 정치권력의 영향력으로부터 취약해져왔다는 점이다.

대학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이 기관의 존립 근거를 뒷받침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대학은 과학적 사고, 도덕적 판단능력, 그리고 미학적 감각을 함양시켜나가는 연구 및 교육기관이다.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전공을 불문하고 대학생활 내내 이러한 역량을 키워나가도록 독려될 것이다. 이러한 역량은 곧 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비판적 사고를 배양하는데 필수적이다. 자유는 비판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능력이 전제될 때 자신의 얼굴을 드러낸다. 대학의 문 앞에 선 이들이 앞으로 반드시 이 얼굴을 대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경험할 대학의 모습은 안타깝게도 많이 일그러져 있다. 자본의 횡포는 시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학의 담장을 넘어 강의실까지 점령했다. 과학적 사고보다는 학점경쟁, 비판적 사고보다는 능력주의, 민주적 시민의식보다는 적자생존, 공동체적 연대감보다는 개별화된 고립이 오늘날 대학의 풍경이라면 지나친 과장일까. 게다가 학력인구의 급감으로 지역대학의 존폐가 운운되고 통폐합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는 현재, 대학은 점점 더 시장의 효율성을 따르기에 급급해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에서 과학적·비판적 사고, 자유, 공동체적 유대 등은 자신의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신입생 여러분 앞에 펼쳐진 대학의 풍경이 이처럼 살벌하고 각박하더라도 미리 체념하거나 자유의지를 단념할 이유는 없다. 황폐화된 대학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지적 자원과 상상력은 결국 대학 안에 있다. 여러분들은 전공수업 및 여러 강의를 통해 과학적·비판적 사고와 지식을 갖춰나갈 것이고 학우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연대의식을 키워나갈 것이며, 자유롭게 활보하면서 더 많은 세계를 익히고 이해해 나갈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나만의 생존과 삶에 국한된 상상을 넘어 타인과의 조화로운 세계를 어떻게 창조해나갈 것이냐는 상상으로 인도할 것이다. 신입생 여러분들의 치열하고 열정적이며 활기찬 대학생활을 기대하면서 자유를 향한 끝 모를 투쟁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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