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까지 베트남 이민자 커뮤니티는 두 번째로 큰 한국의 외국인 이민자 커뮤니티가 되었다. 베트남인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약 10.5%를 차지하고, 베트남 여성은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가운데 중국(35%)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23%) 수를 차지한다(e-나라지표, 결혼이민자 현황 2022). 베트남 사회에서의 돌봄 및 가사 노동 변화 추이를 지속적으로 주목함은 한국-베트남 다문화 가정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하다고 본다.

오랫동안 유교의 영향을 받기도 한 베트남은 1975년 내전의 종식과 함께 사회주의를 선택했다. 성차별적 특성이 강한 유교와 달리 사회주의는 이후 베트남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형성하였다. 1950년대 후반 가계 기반 농업을 집단 농업 시스템으로 통합한 베트남에서 협동조합은 모든 의사 결정의 기본 단위가 되었고, 사회 및 경제 정책의 목표 중 하나는 모든 영역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권리를 달성하는 것이었다. 정부 또한 여성이 가정 밖에서 일하도록 장려하고 여성들이 전통적인 영역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 유치원, 학교, 병원 같은 사회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었고, 여성은 사회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1986년 발표된 도이머이(đổi mới) 정책은 시장 경제 체제를 수용한 베트남식 개혁 개방 정책이다. 농업의 탈 집단화, 개별 가정의 의사 결정의 자율화가 복원되었다. 모든 협동 토지와 생산 수단, 책임은 개별 가구로 이전되었다. 중앙 계획경제에서 시장 경제로의 전환은 높은 경제 성장, 급속한 빈곤 감소 및 생활 수준 향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사회 서비스에 대한 국가 보조금 폐지로 인해 여성은 육아를 책임지고 병자, 노인 및 약자를 돕는 유일한 노동 출처가 되었다(Nguyen Khanh Doanh, 2015). 결과적으로 여성의 노동 부담이 증가했다.

가정 안에서 가사 및 돌봄 노동은 개인과 가족의 특성, 정부 형태, 정책 및 사회 규범의 복잡한 관계에 영향을 받는다(Hook, 2010). 재생산 노동 영역인 돌봄 노동은 "자본과 교환되는 노동만이 생산적 노동이며 가치를 생산"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에 견주면 "생산 노동"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2020년 베트남사회발전연구소(ISDS)가 성인남녀 2,567명을 대상으로 "통합된 베트남의 남성성과 남성성"이라는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가사와 돌봄 노동을 바라보는 현대 베트남 사회의 개념 일부를 볼 수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요리, 청소, 빨래 등 가사 노동에 대해 61% 이상이 여성이 담당한다고 응답하였다. 조사에 응한 95%의 남성이 집안일을 하는 것에 대하여 여성(배우자)을 ‘돕는 것’이라고 답했다. 설문 결과를 통해 가사 및 돌봄 노동인 집안일을 남성의 경우 자기 일로 여기지 않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사실 이것은 가족 구성원 전체의 필요를 해결하는 공동 노동의 영역이다. 

현재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남성과 동등해야 하고, 자유로워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베트남 후기 사회주의가 여성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있다. 먼저, 이동의 자유와 경제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여성들의 직업적 성취와 공적인 삶은 덜 강조되는 반면, 어머니와 돌봄 역할자로서의 본질적 젠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또한, 여성은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남편의 성공을 지원하는 의무가 있고, 여성의 능력이 노동 환경에서의 경쟁력은 크지 않으며, 여성의 주된 역할은 가족을 돌보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대 베트남 사회의 이러한 신념과 고정관념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우월성과 특권을 조장하고 여성의 경제적 자율성 강화 기회를 제한하며 가정과 사회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을 정당화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배우자 관계에서도 성별에 따른 분업은 여전히 유지되며 동종 직업에서의 남녀 간 불균형 또한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남성 가사 노동 참여는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으며 노동 시장에서 증가하는 여성의 수에도 비례하지 않는다. 가사 노동은 남녀 모두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는 배우자 관계 및 가족 구성원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여성의 이중 노동 부담은 건강 악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글로벌 시대 현재 베트남은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으며 해외로부터 더 많은 새로운 문화 요소가 도입되고 있다. 핵가족화, 저출산,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 등의 양상은 모두 글로벌 시대의 특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 베트남 사회에서 보이는 가족의 젠더에 대한 태도와 인식은 사회의 변화만큼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베트남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서 주장하는 양성평등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가족 영역 모두에서 부계 혈족 중심의 사회 구조는 여성의 사회적 지휘가 향상되지 못하는 부정적 원인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김묘경(디아스포라학 박사과정)
김묘경(디아스포라학 박사과정)

 

하진이(디아스포라학 박사과정)
하진이(디아스포라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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