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면 무릇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마련이다. 영화 <엘리멘탈>도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형태를 가진 등장인물을 만나 알아가다 결국에는 사랑에 빠진다. 불의 속성을 지닌 ‘앰버’와 물의 속성을 지닌 ‘웨이드’는 함께 어울릴 수 없었다. 하지만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후에는 달랐다. 가족들의 선입견과 반대를 이겨내고 사랑을 쟁취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3월의 캠퍼스와 많이 닮아있다.

‘피터 손’ 감독은 한국계 이민자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본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영화 곳곳에서 이러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앰버 가족은 불 원소로 묘사되어 뜨거운 음식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인다. 앰버의 가족들이 ‘엘리멘트 시티’로의 이민을 위해 입국 심사를 받는 장면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여러 번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연상케 한다. 부모와 작별하기 전 큰절을 올리는 앰버의 모습 또한 그렇다. 반대로 물 원소들이 지역을 개척해 엘리멘트 시티에 가장 먼저 이주한 모습은 미국을 개척한 백인을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 이 영화가 좋다. 물, 불, 흙, 공기의 4개의 원소를 배경으로 한 단순한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던져진 메시지를 읽어나가는 게 흥미롭다. 앰버의 아버지가 웨이드를 무작정 가게에 출입하지 못하게 막은 장면은 내게 고정관념에 관한 성찰을 하게 했다. 혹자는 영화의 서사가 다소 무던하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무던한 서사 속에 올라탄 관객은 결말을 추리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 또한 이 영화의 흥미로운 점이다. 관객들은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부여받는 것이다.

앰버와 웨이드는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불과 물이라는 성질의 차이를 두고 갖은 마찰을 겪는다. 영화를 보며 이를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인간은 자신이 가진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다른 집단을 이해하려 한다. 심리학에서 ‘외집단 동질성 편향’으로도 설명되는데,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은 공통적인 특성을 가진다는 일종의 편향된 생각이다. 피터 손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 함을 알았던 관객들은 불과 물을 ‘인종의 차이’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고정관념은 모든 집단 간에 발생할 수 있기에,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봄이 되면 더욱 그렇다. 입학을 맞거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새롭게 알아갈 학우들을 알아가는 와중에도 고정관념은 작용할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다른 학우들의 인종, 출신 지역, 생활 습관 등을 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영화 후반부에서, 엘리멘트 시티는 4개 원소가 모두 어울려 지내며 마무리된다. 우리 학교 역시 구성원들 모두가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어울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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