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이다” 굳건한 한 남자에게 다가온 첫사랑과 파멸을 그린 영화 ‘달콤한 인생’의 첫 장면처럼 우리 대학 봉지에는 길게 늘어진 수양버들이 누가 흔드는지도 모른 채 하늘거린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이다”

굳건한 한 남자에게 다가온 첫사랑과 파멸을 그린 영화 ‘달콤한 인생’의 첫 장면처럼 우리 대학 봉지에는 길게 늘어진 수양버들이 누가 흔드는지도 모른 채 하늘거린다.

수양버들 아래 나란히 얹혀 있는 바윗돌 위의 연인들. 그 자리엔 얼마의 연인들이 스쳐갔는지는 수양버들만이 알 뿐이다. 용지를 덮은 연꽃처럼 연인들의 눈엔 콩꺼플이 덮였는지 밤늦게까지 어깨를 기댄 사람들을 여기저기서 발견한다.

언젠가 사랑이 추억으로 남을 때, 그 남자 그 여자 때문이라 탓하지는 말 것. 움직인 건 자신의 마음뿐이다. 이는 밤낮 없이 자리를 빌려준 용지와 수양버들이 당신에게 부탁하는 단 한 가지이다.


태양 아래 잔잔히 빛나는 봉지

백도와 별과 초록 등 그리고 연인


하늘에 별 하나 덩그러니, 백도에서 새어나오는 환한 불빛, 주변의 희미한 초록 등. 우리 대학 봉지의 밤 풍경이다. 봉지 둘레에 앉아 고인 물 속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속엔 또 하나의 별과 백도 초록 등이 있다. 봉지가 많은 연인들을 수용한다면 봉지의 매력은 단 한 커플만 자리를 잡을 때 그 매력이 빛난다. 나란히 한 짝씩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는 커플도 발견한다. 여름에만 등장하는 개구리는 참 성가신 존재지만, 적막함을 곧잘 깨주곤 한다.봄과 가을의 따스한 햇볕이 빛날 때 봉지는 많은 사람들도 북적거린다. 많은 연인들은 봄과 가을을 사랑할까, 탓하고 있을까?


달콤한 아쉬움이 교차하는 생활관

“우리 맘 몰라주는 관리동 아저씨 미워”


생활관 앞 벤치는 빼 놓을 수 없는 데이트 명장소다. 주로 기숙사 커플들이 이용하는 이곳은 다정한 이야기가 곧잘 오간다. 같이 기숙사 식당에서 밥을 먹고 벤치 앞에서 음료수 한 잔하며 여유를 즐기는 커플, 날이 어두워지면 하나 둘 ‘가장 어두운 자리’를 찾아 데이트에 나선다. 특히 기숙사 통금 시간인 새벽 1시가 가까워 질 때쯤이면 기숙사 입구엔 아쉬움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많은 연인들을 볼 수 있다. 애절한 커플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관리동 아저씨는 얼른 들어가라고 언성을 높인다.

아저씨 왜 우리 맘 몰라주나요?

/장옥희 기자 sush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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