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성비’란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시간 대비 성능을 고려해 시간을 가성비 있게 쓰자는 뜻의 신조어라고 합니다. 물건 하나를 살 때도 가성비를 따져야 하는 고물가 시대에 시간까지 가성비 있게 써야 한다니요. 시성비 따지는 분초 사회에서 학업, 인간관계, 저축, 취업 등 세상이 치열한 싸움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최근 화제가 된 가수 이효리의 졸업 축사처럼 대단한 인생 조언은 못 드릴 테지만, 여러분과 같은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저의 졸업 당시를 떠올리며 이 글을 씁니다.

대학 시절, 저는 인생이 고속 열차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잠시 멍때리다 목적지를 놓칠지도 모르고, 한번 놓친 목적지로 다시 돌아가 줄 열차는 없기 때문입니다. 목적지를 지나쳐 예상치 못한 곳에 내렸다면 다음 열차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문제는 인생에서 다음 열차가 올지 안 올지 우리는 알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잡은 기회가 마지막 열차일 수도 있다는 불안함에 신문사에서 밤을 새우며, 홍보대사실에서 밤을 새우며, 백도에서 밤을 새우며 걱정거리를 입버릇처럼 되뇌곤 했습니다.

이렇게 조급함에 치여 살다 보니 정작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놓치며 살았습니다. 대학 생활의 꽃이라는 동아리 활동도 해보지 못했고, 아끼던 친구를 잃기도 했고,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버킷리스트 삼아 나중으로 미뤄야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졸업을 앞두고 후회와 미련이 가득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대학 생활이 너무 빨리 지나가 아쉬우신가요, 혹은 길고 길었던 대학 생활이 끝나 후련하신가요. 어떤 답을 내리든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습니다. 결국 여러분은 졸업이라는 중간역까지 무사히 도달했다는 사실입니다.

무사히 졸업까지 다다른 여러분,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는 노래가 떠오릅니다. 스스로에게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후회하는 그때의 선택도, 그날의 헤어짐도 다 지나갔고 이제 지나간 대로 하나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는 걸요. 알고 보면 후회란 삶에 애틋함을 지닌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요.

이제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다시 열차에 몸을 실을 때입니다. 새로운 시작입니다. 더 높이 비상할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조서연(국어국문·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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