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인비(Arnold J. Toynbee)는 도전과 응전 개념을 통해 인류 역사를 문명의 탄생-성장-쇠퇴-붕괴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역사 순환설을 주장했다. 인간사회는 갖가지 도전에 대처하여 응전에 성공했을 때만 문명을 형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역사는 순환하면서 동시에 변화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대학 역시 입학과 졸업을 통해 1년 단위로 변화한다. 하지만 현대사회로 올수록 대학의 순환은 외부에서 밀려오는 큰 변화의 압력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문명의 변화 속도가 극도로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오늘날 대학 구성원에게 닥쳐온 도전이며, 그 도전에 어떻게 응전할 것인가는 중요한 사회적 쟁점이다.

우리는 정보·지식이 중심이 되는 4차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보 및 지식 산업의 진전과 변화는 실로 혁명에 가깝다. 앞으로는 학생들마다 답이 죄다 다른, 각자 상상의 메타버스 세상이 올 수도 있다. 이러한 시대에 졸업하는 대학생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필자는 우연히 인디밴드 ‘10cm’의 뮤직비디오 ‘봄이 좋냐??’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분홍빛으로 패러디한 안경 낀 어린 왕자가 융단 같은 꽃잎 더미에 추락하는 장면에서 시작되는 비디오는 경쾌한 기타 반주에 맞춰 이렇게 노래한다. “꽃이 언제 피는지 그딴 게 뭐가 중요한데 / 날씨가 언제 풀리는지 그딴 거 알면 뭐 할 건데 …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 벚꽃이 그렇게도 예쁘디 바보들아 / 결국 꽃잎은 떨어지지 니네도 떨어져라 / 몽땅 망해라”

가볍고 화사한 화면과 멜로디의 경쾌함에 대비되는 충격적인 노래 가사였다. 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멍청이라고 하고, “몽땅 망해라”라는 악담도 서슴지 않는다. 내 입장에서는 작사자나 가수가 무례하고, 버릇없게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기존의 관점을 벗어나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태도로 봄을 표현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사람들에게 이러한 삶의 태도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다만 기존의 관점을 부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존의 가치와 태도를 창조적이고 전복적으로 계승해야 한다. 잡스(Steven P. Jobs), 게이츠(B. Gates), 저커버그(M. Zuckerberg)는 모두 대학을 중퇴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삶의 형식들을 창조했다는 점을 기억하자.

2024년 2월 26일, 전남대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한없는 축하를 전한다. 졸업생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애정의 토대 위에서 창조적인 파괴를 했으면 좋겠다. 그들이, 다소 버릇없게 보이더라도, 새로운 삶을 형성하면서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기를 바란다.

최정기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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