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국가폭력 생존자와 지역 여성사 기록하고자
“성과에 쫓기게 되는 대학 시스템 아쉬워”

“계획했던 연구를 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자유롭게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다는 해방감이 든다.”

2007년 9월 부임한 안진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퇴임하며 드는 감정으로 해방감을 꼽았다. 

안 교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로 한국이 해방 후 미군정기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제도로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연구한 박사 학위 논문 「미군정기 국가기구 형성과정에 관한 연구」를 언급했다. 이를 수정·보완하고 자료를 덧붙여 2005년 『미군정과 한국의 민주주의』를 발간했다. 이러한 미군정기 국가기구 연구에서 이어져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국가의 억압 기구들이 어떻게 작동하고 변모했는지 연구하는 것이 안 교수가 가지는 학자로서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교수로서 매년 일정한 성과를 내야 하는 대학 시스템 안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국가 억압 기구들 각각의 과거사위원회의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기가 어려워 늘 아쉬움이 남았다. 그는 “여기서 삶이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에 나가서 제대로 연구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퇴임을 앞두고 과거 인터뷰했던 국가폭력 생존자들의 구술 자료를 찾는 자신을 발견했다. “가해자들은 역사를 지우고 기록을 남기지 않으니까 연구를 위해 자료를 다시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5·18 세대이기 때문에 부채 의식이 있다”며 “5·18민중항쟁에서 여성의 이야기, 성폭력 등의 아직 규명되지 않은 연구를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치열하게 성과를 내야 하는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 대학의 자율성과 개인에게서 나오는 창발성이 점점 상실되어 가는 것을 언급하며 안 교수는 “본인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천착해서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전체 사회가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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