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적인 화법은 동기 부여 방법
선수들보다 뛰어난 축구 지식 중요
“다시 보고 싶은 축구가 좋은 축구”

이정효(48) 광주FC 감독은 2021년 12월 광주FC 감독으로 부임한 뒤, 2022년 K리그2에서 광주FC를 우승시켜 K리그1로 승격을 이끌어냈다. 이어 2023년 K리그1에서도 최종 순위 3위라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경기장 위 싸움만큼이나 인터뷰에서도 솔직하고 거친 말들을 쏟아내는 이 감독에게는 ‘괴짜 감독’ ‘K-무리뉴’ 등의 별명이 붙었다. <전대신문>이 지난달 1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이 감독을 만나 광주FC를 이끄는 그의 리더십에 대해 물었다. 신년을 맞이하여 여러 각오를 다지는 독자들이 영감을 받길 바란다./엮은이

엉뚱 감독 이정효
자신에게 붙은 별명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묻자 이 감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저보고 ‘K-무리뉴’다 뭐다 하는데 그냥 엉뚱한 사람일 뿐”이라며 “엉뚱하다는 표현이 좋다”고 말했다. K-무리뉴라는 별명은 뛰어난 지도력과 직설적인 입담을 가진 유럽 축구 AS로마의 조제 무리뉴 감독에게서 따온 별명이다.

이 감독이 인터뷰에서 강하고 직설적이게 말하는 것은 그가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그는 일단 말을 뱉어놓고 그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인터뷰를 할 때 억지로라도 ‘자신 있다’ ‘광주FC는 3위 안에 들 수 있다’ 등의 목표를 말하기도 한다. 그는 “스스로에게 무척 혹독하다”며 “제 자신을 낭떠러지에 밀어 넣고선 안 떨어지기 위해 버티는 것이다”고 말했다.

코치였던 이 감독이 프로 감독으로 첫 부임했을 당시 광주FC는 K리그1에서 내려와 K리그2에 속해있었다. 당시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K리그2 우승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선수는 없었다. 이 감독은 “커리어가 화려하지도 않고 첫 감독을 맡은 상태로 그런 말을 했기에 다들 웃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있었다. 그 자신감을 뒷받침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은 축구를 하고 이길 수 있는지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감독은 광주FC 창단 이래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진출을 확정시키며 새 역사를 썼다.

관심사 통해 선수들과 소통
광주FC는 엄지성 선수나 허율 선수와 같이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있다. 이에대해 이 감독은 “어떻게 보면 광주가 처해 있는 환경이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이 약하다 보니 완성형 선수를 영입할 수 없다”며 “어린 선수들을 잘 키우자는 취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력 있는 선수들이 경기를 뛰는 동안 어린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선수 순환’이 이 감독이 생각하는 만큼 원활하게 이루어지진 않는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클 때까지 다른 실력 있는 선수들이 경기를 뛰어야 하는데 재정 문제로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며 “선수들 순환이 원활이 이루어지지 않는 게 문제다”고 말했다.

젊은 선수 등용이 많은 광주FC에서 선수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묻자 이 감독은 “선수들의 관심사나 취미 혹은 가족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선수의 아기가 태어났을 경우 ‘아기 이름은 지었냐’ ‘와이프는 괜찮냐’ 등 가족의 안부를 물으며 대화의 물꼬를 튼다. 골프를 취미로 하는 선수들에게는 ‘최근에 골프를 친 적 있냐’고 물으며 골프 예약을 한다. 이 감독은 “‘경기에서 이기면 치자’ 같은 조건을 거는 게 아니다”며 “경기에서 이기면 이기는 대로 기분 좋게 치고, 지면 지는 대로 스트레스를 풀게 치는 것이다”고 말했다. 맛있는 음식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하기도 한다. 그는 “선수들에게 무슨 음식을 좋아하냐고 물어본 뒤 맛있는 곳을 찾아서 다 같이 밥 먹으러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축구 이야기를 할 때면 한없이 진지해지는 이 감독이다. 그는 “평소에 선수들과 이야기할 땐 편한데, 축구 이야기를 할 때면 선수들이 어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축구 이야기를 할 땐 되게 진지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스스로 동기부여를 시키기 위해서 거센 말들을 서슴지 않는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동기를 불어넣을 때도 약간 자극을 시킨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대우를 받으려면 우승을 해라. 너희들이 대우 받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라”라고 말하는 식이다. 광주FC의 대우에 대해 묻자 이 감독은 “많은 대우를 못 받고 있다”며 “현재 광주FC에는 선수들이 마음대로 훈련할 수 있는 환경 개선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더십의 본질은 정확한 앎
이 감독이 저녁밥을 거르기 시작한 건 감독으로 부임했던 작년 즈음부터다. 그는 “저녁밥을 먹으면 잠이 오고 나태해진다”며 “일을 해야 하니 저녁밥을 아예 먹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 책임져야 하지, 스태프들 책임져야 하지, 광주FC 팬들이 경기를 더 보게 만들어야 하지…”라며 “감독이 되다 보니 할 일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수학 선생이 수학을 잘 알아야 수학을 가르치는 것처럼, 축구 감독은 축구를 잘 알아야 된다”고 말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이 감독이 생각하는 리더십의 본질이다. 축구 감독은 기본적으로 선수들보다 축구를 더 잘 알아야 한다. 이 감독은 “‘오늘은 왜 그러냐’며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을 돌보는 것보다 선수들에게 축구에 대해서 정확하게 설명을 잘 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어떤 선수들보다 축구에 대해 확실하게 뛰어나야 한다”며 “그런 부분을 많이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이 감독은 점심 식사 후 갖는 산책과 개인 운동을 하며 러닝머신을 뛸 때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는 “제가 관심을 덜 가진 선수들이 있나 생각을 한다”며 “소외된 선수들은 누구고 그 선수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반추하며 훈련 방법 등을 구상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과 만난 날은 ACLE 참석 여부를 결정하는 K리그1 마지막 경기를 이틀 앞둔 날이었다. 이 감독이 경기에 임하는 각오도 남달랐다. 그는 “요즘에 상당히 예민해졌다”며 “저랑 18살 차이 나는 코치가 제가 요즘 예민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확실히 신경이 쓰이는 것 같다”며 “어떻게 하면 골을 넣을지에 대한 방법을 생각하며 루틴대로 준비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 스틸러스와 한 경기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광주FC는 K리그1 3위의 자격으로 ACLE에 진출하게 되었다.

이 감독에게 어떤 감독이 되고 싶은지 묻자 그는 “능력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일에 관해서는 가히 최고가 되고 싶다”며 “결과가 따라주는 좋은 축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축구는 “다음에 또 보고 싶고 기대가 되는 축구”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신나게 뛰고, 찾아온 팬들도 경기 결과가 좋든 나쁘든 박수를 쳐 줄 수 있는 경기. 이것이 바로 이 감독이 바라는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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