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사람을 보여준다. 만약 어떤 공간이 특정 대상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면, 그 공간은 특정 대상에 대한 공간을 만든 사람의 시각을 보여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행복주택은 정부가 청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준다. 일정 소득수준 기준을 충족한 무주택자에게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행복주택은 대학생, 사회초년생을 비롯한 청년, 신혼부부 등과 같은 특정 대상에게 공급되기 때문이다.

2023년 입주 자격이 완화되지 않은 광주광역시 행복주택 공고에서 대학생, 청년을 대상으로 공급된 행복주택은 주로 16형~26형이다. 4평에서 8평 정도 크기로, 원룸과 같은 스튜디오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8월 실업급여 수급 기간 동안 해외여행을 가거나 명품을 사는 청년을 비난하며 실업급여 삭감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일었다. 실업급여를 받는 청년답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4평~8평은 소득이 낮고 자가가 없는 청년 1인 가구다운 크기일까. 그저 2평 고시원에서 벗어나 천장 아래에서 발 뻗고 자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것일까.

행복주택 현관에 들어가 작은 복도를 지나면 거실 겸 침실, 발코니가 이어진다. 현관과 거실 겸 침실 사이에는 주방과 욕실이 마주 보고 있다. 어쩌면 음식물 섭취와 배설이라는 단순한 인간의 생리를 잘 보여주는 효율적인 구조일지도 모르겠다.

작은 주방은 청년의 식생활에 대한 시각을 잘 보여준다. 가스레인지와 싱크대 사이에는 도마 하나가 힘겹게 들어가는 조리대가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여러 재료를 손질하기도 버겁다. 사실상 된장국을 끓여 먹기보다는 컵밥 포장지를 뜯기에 적합한 구조인 것이다. 거실 겸 침실에는 책상과 선반이 기본적으로 제공된다. 침대만 없을 뿐 여느 고등학교 기숙사 구조와 흡사하다. 정작 옷과 잡동사니를 수납할 공간이 없어 유튜브에는 신발장을 옷장, 수납장으로 활용하는 꿀팁 영상이 나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이 수납공간보다 책상이라고 보았다.

이른 아침부터 옆집에서는 모닝콜이 들리고 윗집에서는 발소리가 울린다. 이웃의 핸드폰이 삼성인지 아이폰인지, 등교나 출근은 했는지, 손님이 왔는지를 알 수 있는 방음 상태는 소리의 출처가 이웃인지 룸메이트인지 헷갈리게 한다. 엘리베이터 스크린에서 나오는 슬리퍼 광고는 결국 이 모든 것이 슬리퍼 구매 유도를 위한 큰 그림이었나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원 수별 월평균 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무주택자 미혼 청년들에게 공급되는 8평 이내의 작은 공간에는 레토르트 식품을 먹고 책상 앞에 앉는 청년들이 있다. 정부는 이 공간이 청년들의 주거 부담을 완화하여 결혼, 출산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런 점에서 행복주택의 ‘행복’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미래 노동자 양산이라는 달콤한 꿈을 꾸는 정부의 행복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유튜브에는 최대 6년이라는 길지 않은 입주 기간 동안 내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작고 소중한 공간을 각자의 개성에 따라 꾸민 영상들이 돌아다닌다. 오늘도 행복주택에 사는 청년들은 옆집과 윗집에서 나는 소리를 이어폰으로 막고 나름의 ‘행복’을 찾아 살아간다.

정소희(사회학과 석사수료)
정소희(사회학과 석사수료)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