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니체의 〈니체의 말〉 표지.
프리드리히 니체의 〈니체의 말〉 표지.

“살아 있는 자신의 의견을 가져라.”

살아 있는 물고기를 손에 넣기 위해선 스스로 물고기를 낚아 올려야 하듯, 자신의 의견을 가지기 위해선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파고들어 언어화해야 한다. 그 말을 몸소 증명하듯, 니체는 자신의 철학을 언어라는 그물로 건져 세상에 던져놓았다. 이 책은 니체가 스스로 낚아 올린 물고기들을 늘어놓은 책이다. 자신, 기쁨, 삶, 마음, 친구, 세상, 인간, 사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살아 숨 쉬는 니체의 철학은 깊은 고뇌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술술 읽힌다.

장황한 설명이 없기에 더욱 쉽게 우리의 생각 사이를 유영하는 니체의 물고기를 바라보고 있자면, 자연스레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잠들기 전 SNS를 들여다보며 어느 이름 모를 작가가 써 내려간 글 하나에 감동하고, 앞으로는 정돈된 인간관계를 가지리라는 거창한 다짐을 한다. 세상은 그렇게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이전에, 나 자신이 그런 방식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오직 사랑만이 답이 된다는 글에 사랑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분노를 다스려야 한다는 말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나의 주관을 잃어가곤 한다. 니체는 이렇게 우리를 휘두르는 타인의 낡은 생각을 ‘화석’이라고 말한다. 지금껏 고민해 온 나의 생각은 화석과 쉽게 엉켜버리곤 한다. 사유하지 않은 채 오랜 시간이 지나면 화석을 ‘나’의 생각이라 여기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풀기 위한 그물이 필요하다.

니체의 물고기는 여전히 살아 숨 쉰다. 비록 건져 올린 지는 오래되었지만, 직관적이고 날카로운 그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직도 현대의 우리에게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준다. 그의 물고기가 아직도 살아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언어화’라는 그물 덕분일 것이다. 생각에서 멈추지 않고, 정리하여 글로 풀어내는 것.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의견에 대한 확신은 비로소 ‘살아 있음’을 완성하고, 이는 전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으로 작용한다.

니체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인생에서 고민했던 여러 문제에 대한 짧은 생각을 툭 던지고는 사라진다. 그 생각은 매우 날카로워서 우리의 생각을 매번 자극하고, 온몸을 성장의 흥분으로 가득 채운다. 그러고는 말한다. 그 속에서 살아 있는 자신의 물고기를 건지라고. 이 책에 쓰인 어느 글이라도 좋다. 그것을 받아들이기 전에 나는 어떤 생각을 해왔는지 고민하자. 그리고 언제든 준비가 된다면, 고민 없이 펜을 들자. <니체의 말>은 훌륭한 사유의 우물이 되어줄 것이며, 우리의 물고기는 그 우물 속에서 활기차게 헤엄치고 있을 테니 말이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