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감수하며 타는 수밖에”
끊기고 부족한 자전거 도로

‘타랑께’ 지속 불확실
간소한 대여 방식 필요

#광주 서구 서창동에 사는 ㄱ씨는 광주 내에서 이동할 때 주로 자전거를 이용한다. 그러나 “광주 시내는 차가 빨리다니고 위험해서 자전거로 잘 안 다닌다”며 “자전거 도로가 있는 광주천 위주로 다닌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하는 우리 대학 학생 이경일(농생명화학·18)씨 또한 “자전거 도로는 가다가 끊겨서 불편하다”며 “인도든 차도든 자전거로 다니는 모든 길이 위험하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모두 광주가 자전거를 타기에 좋은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부족하고, 있더라도 도중에 끊기거나 통행이 적은 곳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다. 광주시의 공용자전거인 ‘타랑께’ 또한 서구 중심으로 운영되다가 현재는 예산 부족과 이용률 저하로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자전거 도로 있어도 무용지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의 자전거 도로는 지난해 12월 기준 299개의 노선이 있다. 그중 87%인 261개의 노선이 보행자와 함께 쓰는 겸용도로다. 그러나 겸용도로의 경우 보행자와 자전거가 뒤섞여 통행하는 경우가 많아 전용도로보다 위험하다.

나부기 에코바이크 대표는 “자전거로 겸용도로를 이용하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고 타는 일”이라며 “교통약자순으로 자전거보다 걷는 사람이 우선이기에 사고가 나면 자전거의 과실이 크다”고 말했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 제1장 제2조 17항에 따라 차로 분류된다.

광주에 자전거만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는 총 26개의 노선이 있다. 그러나 주로 강이나 공원 위주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출·퇴근 용이나 실생활 용으로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하긴 어렵다. 이씨는 “광주에 자전거 도로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산책로처럼 한적한 곳에 존재하고 실제로 다녀야 하는 길거리에는 자전거 도로가 없다”고 말했다.

자전거 도로가 없을 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차도와 인도다. 이 씨는 “자전거를 탈 때 차도로 주로 다니는데 이는 위험을 감수하고 타는 것”이라며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인도로 가는데 보행자가 있으니 이 또한 위험하다”고 말했다.

나 대표는 “자전거는 법규상 차도를 이용해야 하지만 차도 우측 가장자리에 불법 주·정차된 차들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다”며 “광주에서 자전거 타기를 권장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타랑께’ 6개월째 중단 상태

지난달 29일 광주시의 공용자전거 타랑께가 운영이 중단된 채 광주월드컵경기장에 보관되어 있다.
지난달 29일 광주시의 공용자전거 타랑께가 운영이 중단된 채 광주월드컵경기장에 보관되어 있다.

시민들이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공용자전거의 역할도 중요하다. 양태웅(신문방송·23)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버스가 1순위고 그다음이 자전거”라며 “먼 거리를 빠르게 가야 하거나 버스가 끊겼을 때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공용자전거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광주시의 공용자전거인 타랑께는 약 2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률 저하와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올해 7월부터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타랑께는 2020년 광주시가 △교통 체계 효율성 향상 △기후 위기 시대 실천적인 탄소 중립 실현 △시민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운영 시작한 자전거 대여 사업이다.

하루 1,000원이라는 저렴한 요금으로 운영되었던 타랑께지만 서구 지역에 한정된 범위, 7시~21시의 짧은 운영 시간, 대여 과정 불편 등 이용자들의 불만이 많았다. 타랑께 운영이 중단되기 전 타랑께를 이용했던 김성민(41)씨는 “결제 방식이 너무 복잡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내 ㄴ씨는 “카카오 바이크는 편하게 빌릴 수 있는데 타랑께는 대여할 때 오래걸린다”고 말했다. 타랑께는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대여 가능하다. 양씨 또한 “주로 새벽에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타랑께는 이용을 못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에 따르면 타랑께의 회전율은 0.21이다. 회전율이란 ‘자전거 수/하루 평균 대여 횟수’로 자전거 한 대가 하루 동안 이용되는 횟수를 의미한다. 회전율이 1이라면 평균적으로 자전거 한 대가 하루에 한 번 이용이 되었다는 뜻이다.

광주시는 지난달 27일 <전대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기존에 52곳이었던 정거장을 101곳으로 늘리고 기존 범위의 약 1.5배 정도로 운영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개편안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운행 시간도 5시~24시까지로 늘리고 대여 후 첫 한 시간은 요금을 받지 않는 부분 무료화도 시행할 예정이다. 전준영 도로과 자전거 팀장은 “개편안대로 운영을 재개한 뒤 결과에 따라 운영 지속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며 “내년 3월에 운영 재개될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나 대표는 “지자체 자전거가 민간 공용자전거의 이용률을 따라가는 건 쉽지 않다”며 “간소한 대여 절차와 낮은 금액을 유지해야 시민들이 더 이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용자 위주의 자전거 도로

경상남도 창원은 자전거 타기 편리하고 안전한 도시라는 명성이 있다. 창원은 공용자전거를 전국 최초로 도입한 곳이다. 창원시 공용자전거 ‘누비자’는 2008년에 운영을 시작하여 벌써 도입 15년 차다. 지난달 기준 누비자 터미널은 339개소, 자전거는 약 4,000여 대가 운영되고 있다.

누비자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큐알 코드만 인식하면 간편하게 빌릴 수 있고 반납할 때도 자전거 뒷바퀴에 설치된 잠금장치를 잠그기만 하면 자동 반납된다. 애플리케이션뿐만 아니라 등록된 카드를 자전거에 인식하기만 해도 대여할 수 있어 스마트폰이 없거나 사용하기 어려워하는 취약 계층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전라남도 순천시 공용자전거 ‘온누리’는 시간 관계없이 365일 이용 가능하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대여할 수 있으며 창원과 마찬가지로 등록된 카드로도 대여할 수 있다. 순천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희수(간호·21)씨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용당동까지 자전거 도로가 끊기지 않고 쭉 이어져 있다”며 “순천 곳곳에 자전거를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의 지위를 자동차와 동등하게 만들기 위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Cycle Friendly City’라는 정책은 독일정부의 이산화탄소 저감대책의 일환으로 자동차 교통에서 자전거 교통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고자 실시하는 자전거 친화형 도시 조성 사업이다. 자전거 도로는 △가급적 우회하지 않고 직접 연결 △회전 반경을 고려하여 적절한 도로 폭 확보 △자전거 도로의 연속성 확보 등 자전거 이용자를 위주로 자전거 도로가 정비된다. 사업 추진 결과 로덴하임에서는 자전거 교통량이 13% 증가하였고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비율도 23%에서 26%로 확대되었다. 나 대표는 “자전거 교통 인프라가 잘 구성되면 타지 말라해도 사람들이 탈 것이다”며 “인프라 구성은 시민들이 할 수 없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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