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들어오는 시금치가 맛있어”
추운 겨울에 일하다 동상 걸리기도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에 짙은 초록색 잎, 약간 붉은 빛을 띠는 뿌리. 신안 비금도에서 50년간 시금치 농사를 지어온 조송암(71)씨가 알려준 맛있는 시금치를 고르는 비결이다. 

찰기 있는 시금치는 된장과 소금으로 간을 해 나물로 먹어도 맛있고, 잡채와 김밥에 넣어도 그 맛이 별미다. 조씨는 특히 “생시금치를 간장에 무쳐서 겉절이처럼 먹으면 맛이 좋다”며 “수시로 시금치를 먹는다”고 말했다. 남다른 비금도 시금치의 맛은 서울 가락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봤다. 조씨는 “사 먹은 사람들이 달고 찰기 있다고 하면서 비금도 시금치 인기가 많아졌다”며 “50년 전에는 몇 가구 시금치를 키우지 않았지만, 지금은 비금도 농가 중 3분의 1이 시금치 농사를 짓는다”고 말했다.

해풍과 눈비를 맞아야 달짝지근한 비금도 시금치 맛에 진가가 나온다. 조씨는 “시금치가 지력을 빨아먹고 눈비를 맞아야 제맛이 난다”고 말했다. 3~4일만 보관해도 쉽게 물러지는 시금치지만, 비금도에서 자란 시금치는 다르다. 시들어 보이는 시금치도 물에 담갔다 빼면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는 게 비금도 시금치만의 특징이다. 그 이유로 조씨는 “비금도 토양에 게르마늄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추운 겨울에 자라는 시금치인 만큼 시금치를 수확할 때가 되면 농부들의 손은 늘 트고 부어있다. 조씨는 “아침에 일하러 가면 날이 추워서 손이 땡땡 언다”며 “손이 트고 붓는 건 일상이고 동상에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9월 말에 시작한 시금치 농사는 다음 해 4월까지 이어진다. 다른 채소들이 자라지 않는 겨울철이면 시금치 한 박스에 도매가 15만원까지 하기도 하지만, 4월이 되면 4~5천원으로 가격은 떨어진다. 조씨는 “날이 풀리면 다른 채소들이 많이 나와서 시금치 가격이 4천원으로 떨어진다”며 “그럴 때는 작업을 하지 않고 밭에 그대로 둔다”고 말했다. 힘든 노동에 비해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평균적인 시금치 도매가는 한 박스에 4~5만원 정도다. 

시금치가 자라나는 시기인 60일이 지나면 조씨는 배우자인 박과자씨와 오전 6시 배에 시금치를 싣기 위해, 꼭두새벽인 오전 3시부터 전날 오후에 수확한 시금치를 다듬는다. 시금치 수확기에는 하루에 15시간씩 일한다. 조씨는 “돈벌이가 되니까 하지, 춥고 힘든 일”이라며 “젊은 사람들은 다 섬을 나가서 일손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끝으로 7회 연재한 ‘건강한 지역 먹거리를 찾아서’ 기획을 끝맺습니다. 광주·전남 지역의 건강한 먹거리 소개에 성원해 주신 7명의 주인공과 독자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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