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충만한 우주

'알쓸신잡' '유퀴즈 온 더 블럭' 등 티비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물리학의 대중화에 기여를 하고 있는 김상욱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지난 3일 우리 대학 용지관 1층 컨벤션홀에서 ‘물리는 [ ]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물리가 얼마나 즐겁고 아름다운지 설명하는 것이 이 강연의 목표”라고 말했다.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원자는 그냥 의미 없이 움직이는 거지만, 인간은 이 움직임 속에 의미를 부여한다. 김 교수는 “우주에 있는 건 대개 다 죽어있다”며 “원자로 구성된 것들 중 살아있는 것은 많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는 죽음으로 충만하다”며 “‘죽음이란 무엇인가’보다 ‘생명이란 무엇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리학으로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김 교수는 “셰익스피어를 알려면 영어를 배워야 하고, 카프카를 알려면 독일어를 배워야 하듯이 자연을 이해하려면 수학을 배워야한다”고 말했다. 수학은 말로 바꿀 필요 없이 그 자체로 언어인 것이다. 이어 “수열부터 시작해서 적분까지 이르는 장대한 고등학교 수학은 바로 ‘F=ma’라는 우주를 기술하는 단 한 줄의 식을 풀기 위해 배운 것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게임 속 세상과 현실 세상은 과연 무엇이 다른 건지 질문했다. 그는 “우주를 만드는 데 필요한 건 유닛과 움직임 두 가지다”고 말했다. 유닛은 게임 속 생명체다. 먼저 유닛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유닛에 점을 찍어 좌표 위에 나타내면 물리법칙에 따라 바뀌는 좌표 상 숫자들이 움직임이다. 김 교수는 “뒤집어서 우리를 유닛이라 생각하고 우리를 구성하는 입자들에 점을 찍어 보자”고 말했다. 우리가 움직이면 좌표 상 숫자도 바뀌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데이터들을 모아 커다란 컴퓨터에 넣어 가상 세계를 만들었을 때, 그 세상이 실제 우리 세상과 얼마나 다를지 상상해보라”며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물리학자다”고 말했다.

본래 용지관 3층 광주은행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날 강연은 예상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몰려 자리가 부족해진 탓에 강의 시작 15분 전 장소가 변경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벤션홀의 수용 가능 인원인 398명을 넘어 통로까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