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소녀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소미’는 이제 없다. 소녀는 올 때만큼이나 갑작스럽게 사라진 것이다. 이제 당신은 스스로 역경을 헤쳐가야 한다.

‘스스로 역경을 헤쳐가야 한다.’ 당신은 과제에 마침표를 찍는다. 교양필수인 ‘성찰과소통의글쓰기’ 수업에서의 ‘1년 전의 자신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이라는 주제의 자유 글쓰기 과제를 모두 작성한 것이다. 2023년 1년간의 대학생활을 하며 당신이 했던 고민들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탐구의 취지였다. 아직 어리고 열정만 넘치는 당신에게 따뜻하게, 때로는 냉정하게, 그리고 넌지시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그렸다. 당신은 이상적인 사람을 소설에 그리면서 평소 생각해 보지 못한 것들을 사유해 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당신은 소녀를 가슴에 묻으며 활짝 웃는다. 당신의 손이 제출 버튼을 누른다.

 

연재를 마치며

내가 처음 소설 연재를 제안한 것은 하나의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했다. 전대신문 퀴즈의 정답을 보내면서 두세 줄의 짤막한 제안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올해부터 독자참여 활성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관심 어린 말로 연락해 주신 신원경 편집위원님, 항상 마감까지 기다리다 연락을 주신 한청흔 편집국장님, 그리고 연재한다는 말에 잘 되었다고 말씀해 주신 어머니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어느 날 소녀가 나타났다’는 우리 대학의 한 학생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정보마루에서 몇 번 마주치면서 학업에는 나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다 중앙도서관 별관 휴게실에서 마주친 그가 어려워 보이는 논문을 작성하는 모습을 발견한 순간 그를 등장인물로 삼기로 결정했다.

연령이 어리다는 특수성을 등장인물에 부여했다. 그 결과 신비로운 소녀와 그와 함께하며 교훈을 얻는 이야기에서 성숙한 소녀와 그를 통해 배움을 얻어가는 이야기로 변화했다. 몰입감을 위해 주인공의 호칭을 ‘당신’이라고 정했는데 전달이 되었길 바란다.

소설의 끝은 많은 고민 끝에 정한 결말임에도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당신에게 제안해 본다. 당신이 더 나은 이야기를 써 주지 않겠는가. 전대신문사의 복도에 묵직한 소리가 울린다. 똑 똑 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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