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이 한국을 처음 방문할 때 놀라는 장면 중 하나는 길거리에서 폐지, 고물을 주워 리어카로 끄는 노인들이다. 나도 이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물어보니 노후준비가 잘 안된 분들이라고 들었다. 내 고향 네덜란드에서는 대부분 노후 걱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말을 들었을 때 더욱 놀랐다. 퇴직연금도 쌓이고 국가에서 연금을 지급받기 때문에 노인빈곤 문제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노후 준비는 잘 되셨나요?”라는 말은 속된 말로 꼰대들의 입마저 닫아버릴 정도로 무례한 질문에 속하는 것 같다.

청년들에게 노후준비는 먼 미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현재의 문제다. 왜냐하면 청년들의 부모나 조부모의 노후준비 여부는 청년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노인이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가족의 몫이 된다.

과거 한국에서는 3대가 함께 살거나, 노인이 성인 자녀에게 용돈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청년들은 소득을 얻게 되면 노후준비가 미흡한 부모나 조부모에게 용돈을 드릴 것인지, 내 집 마련 등을 우선시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후준비는 청년들에게도 중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3.1%로 노인빈곤율이 매우 낮은 반면, 한국은 노인빈곤율이 43.4%로 가장 높다. 한국에서 흔히 보이는 노인이 힘들게 일하는 모습이 나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이유를 이제 독자들도 이해할 것이다. 난생처음 보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노인빈곤율이 낮은 이유는 연금제도 덕분이다. 노후는 장애나 질병과 유사하게 사람의 노동력을 상실하게 하는 것으로 이른바 ‘사회적 위험’으로 인식되고 있다. 19세기까지 개인이나 가족의 사적인 문제로 간주하였다가 1900년 무렵 공적인 문제로 인식이 전환되었다. 국가가 노후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보장의 개념이 생긴 것이다.

네덜란드는 1913년에 근로자를 위해 상병수당, 장애연금과 함께 공적 노령연금보험을 도입했다. 정부는 1950년대에 모든 거주자를 연금보험에 가입시켰고, 그 후 시위를 통해 연금 수준이 상승하고 기혼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없어졌다. 국가는 거주 기간에 따라 주부든, 여왕이든 상관없이 모든 65세 이상의 거주자(외국인 포함)에게 사회적 최저 수준의 연금을 제공했다. 연금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1인당 최저임금 5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지급됐고, 최저임금의 수준은 원칙적으로 2인 가구가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금액으로 설정됐다.

특히 고령화사회에서 연금은 노동인구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일하는 청년들의 보험료만으로 모든 노인에게 연금을 지급하려면 그렇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대안으로 연금 수준을 낮추고 은퇴 나이를 늘리고자 했는데, 이에 프랑스 시민들은 반박 시위를 통해 법인세와 재산세를 늘려 연금을 지급하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회 전체가 노령연금보험료를 지불한다면 좋은 수준의 연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정리하자면, 네덜란드 19세기에는 모든 노인들의 기본소득을 보장해주는 공적 제도를 두지 않았었다.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젊은 세대가 짊어진 것이다. 20세기에는 근로소득을 기반으로 제도가 만들어졌다. 이는 ‘국민연금기금 고갈’ 문제와 같이 근로자 대비 노인 인구가 많아질 미래에 세대 간의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아마도 21세기에는 프랑스 시민들이 지적한 것처럼 재산세와 법인세를 통해 재정된 제도를 둘 것이다. 현재 네덜란드 제도가 가는 방향이다.

하도마(Thomas C. Adriaenssens,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박사수료)
하도마(Thomas C. Adriaenssens,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박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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