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가 하나둘 공지되는 과제의 계절. 당신은 중간고사 후 제출해야 할 과제를 미리 해두기로 한다. 과제 내용은 ‘가상의 보고서 쓰기’ ‘5쪽 내외, 10pt, 바탕체’ 공지된 조건까지 꼼꼼히 확인한 당신은 어떤 내용을 도입할지 곰곰이 생각한다. 그러다가 최근 토익시험에서 있었던 일을 상기한다.

당신은 2주 전 토익시험을 보았다. 장학금을 받기 위한 요건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시험 일주일 전에 모의평가 문제들을 세 번 정도 풀어본 당신은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되뇌며 시험장에 들어갔다. LC부터 시작되는 문제들을 풀어가는데, 뒷자리에 앉은 한 응시자가 감독관을 부른다. “추워서 그런데 에어컨 좀 꺼 주실 수 있나요?” 시간이 지나자 다시 서서히 올라가는 기온에 당신의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더위를 참으며 꾸역꾸역 part 4까지 완료한 당신은 온전히 문제에 집중할 수 없었다. 감독관을 불러 에어컨을 켜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을 해보았다. 그러나 감독관은 시험관리규정상 한 사람이라도 춥다는 인원이 있다면 에어컨을 꺼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당신은 땀을 뻘뻘 흘리며 시험을 끝내고 돌아왔다.

그때 당신은 정말로 억울했다. 시험장을 나서는 당신은 컨디션 난조로 인해 시험을 못 보았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어제 나온 시험 결과는 당신이 그 사건을 더욱 잊지 못하게 만들었다. 바로 당신의 시험 점수가 장학금 기준선의 5점 미달이었기 때문이다.

에어컨 동작과 관련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분쟁한다. 추위를 잘 타는 사람과 더위에 민감한 사람. 그 둘의 주장이 대립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다 당신은 ChatGPT(대화형 AI, 이하 CG)를 떠올린다.

‘에어컨 온도 설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학문적인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해 주세요.’ CG는 다양한 답변을 내놓는다. 정리하면 데이터 기반 온도 추천, 공학기술 관련, 정책연구 정도의 답변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CG는 이러한 방법들을 결합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영감을 얻은 당신은 보고서를 써내기 시작한다.

“온도 조절로 인한 갈등은 일상생활에서 다분히 일어난다. 최근 뉴스에서는 에어컨을 세게 틀어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도하기도 할 만큼 온도 조절은 민감한 문제이다. (중략)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에게 유익한 온도를 기본 정책으로 삼는다. 이후 개인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인증이 된 핫팩이나 아이스팩, 휴대용 선풍기 등을 제공함으로써 편안한 상태에서 시험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규정 수정을 토익 응시 준비생 150명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84%가 긍정적이라는 답변을 받았다.(후략)”

보고서를 모두 쓴 당신은 다시 검토를 하다 문득 깨달았다. 당신은 지금까지 춥다고 말한 응시자를 원망했지만 잘못된 것은 바로 토익 시험의 규정이었다는 것을. 그자는 그저 자신의 권리를 찾은 것뿐임을. 보고서를 작성하다 상대의 관점을 이해하게 된 당신은 성장한 기분이 들어 슬쩍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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