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흉기 난동이나 살인 예고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지난 7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한 남성이 행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람들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는 한 차량이 사람들을 향해 돌진한 뒤 인근 백화점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져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상동기 범죄’ 혹은 ‘묻지마 범죄’로 분류되는 두 사건의 범행 동기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두 사건의 공통점 중 하나는 분노의 감정으로 볼 수 있다. 분노는 각 사건의 피의자 조선(33)과 최원종(22)이라는 개인을 흉기 난동의 피의자로 연결 짓는 고리이다. 그들의 분노 대상은 현실과 사회였다. 이러한 점은 범행 전후 행적을 통해 확인된다. 조선의 경우 범행 직후 계단에 걸터앉아 경찰에게 “여태까지 잘못 살긴 살았는데 열심히 살았는데도 안되더라고”라고 말했고, 조사과정에서는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최원종도 범행 전 오랜 기간 인터넷 커뮤니티에 타인을 향한 혐오와 분노를 담은 글을 올려왔다.

이 외에도 두 사건은 불특정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실과 사회에 대해 불만족하고 분노하지만 그들 스스로도 분노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오히려 분노의 대상을 찾기보단 분노를 표출하는 것 자체에 집중했다. 특정 목표를 위해 범행을 저지르는 일반적인 범죄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두 피의자 모두 범행 이후 도주나 은폐 시도를 하지 않은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분노의 표출이 우발적이지 않다는 데에 있다. 조선의 경우 범행 전 ‘홍콩 묻지마 살인’을 검색하기도 하고 컴퓨터를 파손하고 핸드폰을 초기화했다. 마찬가지로 최원종도 범행 전 ‘심신미약 감형’을 검색하고 범행 전날 스쿠터를 타고 범행 장소를 답사하기까지 했다.

어떤 분노는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 하지만 그들의 분노는 여기에 가닿지 못하고 무차별적 대상을 향해 잔인하게 표출되고 흩어졌다. 여기에는 개인적 특성, 사회 구조적 이유 등이 있을 수 있지만 그중 하나로 사회적 고립을 들 수 있다. 조선과 최원종 모두 수년간 경제활동을 하지 않거나 타인과의 관계를 맺지 않았다. 조선은 범행 전까지 주로 자택과 PC방을 오가며 은둔 생활을 했고, 최원종도 대인기피증으로 학교를 자퇴한 뒤 홀로 생활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감정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그들 자신의 행동을 평가하거나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대신 일방적인 목소리와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현실에 대한 불만족과 분노를 극단으로 키워나갔다.

물론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모두가 그들과 같이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르지는 않는다. 이러한 측면에서 두 범죄는 특정 개인의 높은 공격성이나 사이코패스 성향 등의 요소로 설명될 수 있다. 하지만 분노가 흉기 난동에 이르게 된 원인을 일면적으로, 단지 개인의 특성으로만 설명한다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결론의 폭은 매우 협소해지게 된다. 단지 이들을 처벌하고 격리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 경찰 면책권 부여 등의 조치는 이러한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좀 더 나아가야 한다. 왜곡된 분노가 발생하고 표출되는 경로와 범죄자를 양산하는 사회 구조적 원인을 놓치게 된다면 결국 누군가를 허망하게 떠나보내게 되는 일을 또다시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소희(사회학과 석사수료)
정소희(사회학과 석사수료)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