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는 정부 차원에서도 은둔・고립 청년 지원 정책이 시작될 것 같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 보건복지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함께 청년의 고립・은둔 실태조사를 진행하였고 내년 부처에도 관련한 예산이 반영되었다.

외부와 단절된 채 사회적 관계나 활동을 하지 않은 상태가 일정 기간 지속된 사람을 ‘은둔형외톨이’라고 정의하는데 그동안 은둔형외톨이를 지원하는 일은 지자체가 관심을 가지고 먼저 나섰다. 2019년 광주광역시에서 전국 최초로 은둔형외톨이지원조례가 제정된 것을 시작으로 점차 지자체 차원에서 은둔형외톨이가 개인의 노력, 가족의 관심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조례에 근거해 지난해 5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가 광주에 설치되었다. 센터는 은둔 당사자들을 발굴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당사자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금까지 은둔형외톨이 당사자 60여명이 센터를 찾았다. 은둔 당사자 스스로 센터에 문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가족들이 권유로 찾아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 또 지역사회 기관을 통해 의뢰된 경우도 있다. 사실 은둔형외톨이 문제는 청년 세대에 한정되어 나타나는 문제만은 아니다. 센터도 연령에 상관없이 지원하고 있지만 은둔 당사자 특성을 보면 20대 남성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다시 해석하자면 은둔형외톨이 문제는 전 연령에 거쳐 나타나는 문제이나 은둔 상태에 있는 20대가 많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은둔 당사자들의 은둔 원인은 범주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사회적(대인) 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꺼려해 어려운 일이 생겨도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이들의 관계 단절 상태가 길어질수록 고립·은둔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센터는 당사자 특성에 맞게 상담, 생활습관개선, 대인관계향상, 공동활동 및 일 경험의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대인 관계 개선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에는 ‘명랑한 은둔자 모임’이 있다. 센터를 통해 만난 당사자들과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동활동이다. ‘명랑’과 ‘은둔’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 조합처럼 보이지만 당사자들은 사회적 자본과 지지체계들과 연결되면서 차츰 자신들의 명랑지수를 높여가는 회복을 하고 있다.

은둔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다. 학교폭력, 가정폭력, 진학 문제, 취업 실패, 과도한 경쟁 구도 등 우리 사회는 자신을 방안에 가둬버리고 싶은 위험 요인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 서울에는 은둔 경험자들이 모여 만든 회사가 있는데 거기서는 ‘은둔고수’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신들의 은둔 경험을 실패로 보지 말고 남들에게 없는 ‘스펙’이라며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다. 은둔 고수들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은둔 당사자 지원하는 활동도 하고, 각자 진로 탐색을 통해 사회 복귀를 준비하기도 한다.

광주지역 은둔고수들을 기다린다. 관심을 가지고 가까운 곳에 은둔・고립 상태에 있는 친구들의 안부를 물어주면 좋겠다. 문의 062-511-0522

백희정 광주광역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무국장
백희정 광주광역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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