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소위 성 비위 사건으로 작년 10월쯤 전남대 교수가 해임됐다. 성폭력 피해 신고가 전남대학교 인권센터(인권센터)에 접수된 뒤 조사가 진행됐다. 인권센터는 전수조사를 통해 사실 여부와 추가 피해자 여부를 확인했다. 추가 피해자가 있는 사실 등을 확인했고 대학본부는 해당 교수를 해임 징계했다. 해임된 교수는 대학을 상대로 해임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언행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술에 취해 우연히 신체가 닿았을 뿐이라며 강제추행 역시 부인했다. 2023년 8월 20일 법원은 소송을 기각하며 “교원으로서의 신뢰를 실추시킨 원고가 다시 교단에 복귀한다고 할 때, 이 모습을 교육 현장에서 마주하게 될 학생들이 ‘헌법에서 정하는 국민의 교육 받을 기본 권리’를 누리는 데 지장을 받을 것”이라고 원고 패소 결정을 판시했다.

2018년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성추행 사건과 2019년 산학협력단 성희롱 사건은 시민단체와 언론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2018년 법전원에서 학생 간 성추행과 교수의 권력형 2차 가해가 발생했다. 사건은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인권센터에 의해 종결되고 가해자는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다. 2019년 산학협력단 성희롱 사건은 판결받는 기간만 결국 2년이 걸렸다. 인권센터도 교수회도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드는 데 급급했다. 피해자에 대한 복직과 사과 조치 판결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 대학 인권센터의 부실한 대응이 알려졌다. 인권센터는 사실상 대학 구성원 간의 권력형 성폭력 상황에서 제도적으로 구제 요청할 수 있는 학내 유일 기관이다. 2020년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도 인권센터가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남대의 부실한 대응에 대한 문제 제기와 재발 방지 대책 촉구가 이어졌다.

용봉교지는 전남대 권력형 성폭력 사건을 “교수와 인권센터, 수사기관 모두 가해자를 옹호하며 피해자와 가해자에게 아무런 처사도 내려지지 않은 사건, 직장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도리어 처벌을 받은 사건”이라고 지적한다. 2018년 법전원 성추행 사건을 들어 말하듯 “피해자의 미래 없이는 가해자의 미래도, 학교의 미래도 없다.”(『용봉』 65호, 2021)

대학은 관계의 장으로 소속되는 공동체며 장소다. 권력관계에서의 성폭력이 일어날 때 우리 대학은, 전남대학교 공동체는 무엇을 지키는가?

피해 사실을 공론화하기 힘들고 2차 피해 우려가 큰 환경에서 공적 대응을 한다고 해도 현실적인 선택은 인권센터의 비공개 조사와 본부의 징계 조치에 오롯이 맡기는 방법뿐이다. 인권센터 성폭력 사건처리 절차에서는 공식처리(조사위원회) 결과에 따라 징계 조치나 합의 등이 이루어진다. 이 절차는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징계가 실효적으로 이루어지는 대응 방법이자 안전장치다. 하지만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임을 강조해서 보면 피해 사실인정 및 징계 수위를 교내 기관의 절차에만 맡기는 불안한 선택이기도 하다.

권력형 성폭력에서 피해자가 고립되고 대학은 흔들림이 없다면, 대학은 바뀌지 않는다. 공론장의 권력형 성폭력 현안이 드물다고 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거나 개선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오히려 페미니즘과 연관된 것들에 반감과 공격이 팽배해지고, 에브리타임으로 한순간에 익명의 혐오 표현이 모여서 몸집을 키우고, 페미니즘 동아리가 중앙동아리에서 강등되기까지 한 우리 대학 내 분위기에서 권력형 성폭력의 피해자가 상급자를 공론화하거나 법적 절차의 긴 과정에서 안전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두렵다. 피해자가 고립되지 않도록 공동체가 움직여야 한다. 피해자에게 응답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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