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50여 개국 디자이너·기업 참여
디자인과 기술·삶·문화·기업의 만남

‘디자인비엔날레’를 떠올리면 어렵고 이해하기 심오한 작품들이 있을 것만 같지만 2023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지난 전시들보다 비교적 가볍고 쉬운 주제를 다뤄 다양한 나이대의 관람객들에게 공감과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팬데믹 이후 일상의 회복을 의미하는 ‘meet’를 주제로, 다시 만나고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본 전시관의 주제전에서는 디자인이 기술·삶·문화·기업과 만나 일어난 일들과 앞으로 일어날 미래의 방향성을 그린다. 이를 자연스러운 동선으로 관람하며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주제전과 특별전에서 총 2,663점의 작품을 선보여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디자인과 기술, 함께 진화해
본전시의 시작인 1관 ‘Technology’에서는 ‘디자인’과 ‘기술’의 융합에 따른 진화 속에서 디자인의 역할을 보여준다. 한서디자인융합센터의 <Merry-Go-Round>는 우리 삶에서 가장 가까운 집과 일터의 모습을 통해 기술과 디자인의 공진화를 표현했다. 공진화는 서로 다른 것들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화한다는 뜻이다. 작품은 회전목마의 원형 구도를 빌려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끝없이 비교하게 만든 것이 인상적이다.

기술과 디자인의 만남이 궁극적으로 인간과 환경을 지향하고 있다는 ‘Tech-Forest’에서는 <애플박물관을 훔치다>가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전시는 실물 크기의 잡스 밀랍 인형과 1976년부터 현재까지 출시된 애플의 제품의 내·외부를 모두 선보인다.

2관 ‘나의 친환경’ 테마의 ‘세컨드 라이프 의자’ 중 5.5스튜디오의 ‘5.5의자’의 모습.
2관 ‘나의 친환경’ 테마의 ‘세컨드 라이프 의자’ 중 5.5스튜디오의 ‘5.5의자’의 모습.

‘나’를 위한 디자인의 발전
‘Lifestyle’을 주제로 한 2관에서는 개인의 삶에 집중해 발전한 디자인을 볼 수 있다. 나에게 맞춤(My fit), 나의 집(My home), 나의 친환경(My green), 나의 일상(My day) 4가지 주제로 개인화의 상징을 표현했다.

나와 지속가능한 환경을 꿈꾸는 ‘나의 친환경’에서는 다양한 업사이클 디자인 작품을 볼 수 있다. 스튜디오 5.5의 <5.5의자>는 버려진 가구들의 파손 부위를 이어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했다. 이 작품은 가구의 기대수명을 늘려 환경오염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는다.

‘나’의 생활 이야기를 전하는 ‘나의 일상’ 카테고리에서는 ‘월급은 그저 통장을 스칠 뿐’이라며 돈이 ‘텅장 게이트’를 하이패스로 통과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 일상의 공감을 유발한다.

3관의 주제인 K-culture 중 K-pop 테마 전시 입구의 모습.

다양성, ‘K-문화’가 품고 있는 디자인을 만나다
3관에서는 ‘Culture’, 한국의 문화 속에 녹아 있는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고자 한다. K-pop과 K-뷰티, K-조형 등 서로 다른 창작품을 ‘디자인’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어 함께 진화한 문화를 표현했다. 전해갑, 이이남 작가의 <아원의 시(時)공간>은 고전의 한옥과 첨단의 미디어아트를 결합시켰다. “창을 통해 자연을 빌려오다”는 문장으로 작품을 설명한 작가는 “쏟아지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내적 사유를 일깨우기 위해 연출했다”고 전했다. 전주 ‘아원고택’의 모습을 재현한 이 작품은 한옥의 창을 통해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대나무숲의 영상을 볼 수 있다.

경제와 산업, “창조적 비즈니스는 디자인이다”
2023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마지막은 경제, 산업, 문화가 디자인을 만났을 때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표현한 ‘Business’가 장식한다. 디자인은 단순히 ‘미(美)’적 역할만을 위해 발전한 것이 아니다. 서인주 작가의 <100년간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와 디자인 12>는 새롭게 만들어 낸 디자인이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지니게 된 경우를 보여준다. 반창고와 클립, 지퍼 등 이제는 익숙해진 디자인들을 대형 석고로 제작해 개발연도와 역사, 경제적 가치 등의 설명과 함께 전시했다.

전주 아원고택의 모습을 재현한 전해갑, 이이남 작가의 ‘아원의 시공간’.

자유와 소통, 다시 가까워진 사람들
우리의 일상에서 당연했던 ‘만남’은 코로나19로 인해 쉽지 않은 것이 되었다. 2023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사람들이 직접 얼굴을 보고 만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나타내고자 했다. 전시를 관람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미소를 띤 채 전시장을 활보하는 어린아이들이었다. ‘비대면’과 ‘마스크’가 익숙한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마스크 없이 전시를 관람하는 모습은 만남이라는 주제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한다.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지난 7일부터 오는 11월 7일까지 62일간 이어진다. 본전시는 비엔날레전시관에서, 특별전은 △광주시립미술관 △비엔날레전시관 △광주디자인진흥원 전시장 △광주 신세계백화점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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