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럽던 수강신청 기간이 끝나고 당신이 학교에 갈 시기가 되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학교는 울긋불긋하게 예쁘게 물들어 있었다.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까치들의 모습과 구석의 나무 위에 둥지를 짓는 비둘기들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이번 학기 당신이 수강한 수업들은 모두 8과목. 성적우수자에 해당되어 수강가능한 최대 학점을 듣는 당신이다. 최근 여러 학과들에 조금씩 관심이 생긴 당신은 그 과목들의 교양이나 저학년 전공을 한 번 들어보려는 계획이다. 방학에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선발 공고가 있었는데 그것을 보고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지금 당신은 타과 교양수업을 기다리며 자리에 앉아있다. 선택한 과목은 학과 정원이 소수이기 때문인지 수강인원 15명을 넘지 않아 절대평가도 기대해 볼 만하다. 그 때문에 당신은 큰 부담이 들지 않는다. 자리에 앉아 기다린 지 4분쯤 되었을까, 당신의 뒤에서 교수의 발자국이 들린다. 줄무늬 재킷을 입은 교수는 걷느라 힘들었는지 중간중간 거친 숨을 내쉬며 빠르게 말한다. “자, 안녕하세요. 다 왔나요. 출석 부를게요.” 학생 한 명, 한 명 ‘○○씨’하고 부르는 모습이 인상 깊다. 이제 수업 운영 방식을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평가는 비율을 최대한 다 채워줍니다. 토론식 운영 방식으로 개인들 의견을 내보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교수는 학생들에게 몇 가지 주제를 던져주고 A4 용지를 나누어 준다. ‘1.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존재인가 2. 나의 경제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3. 나의 운은 좋은 편인가 나쁜 편인가’ “지금부터 질문에 대해 답해보고 작성하다가 생각이 안 나면 10분까지는 노력해보다가 그래도 생각이 나지 않으면 자유롭게 나가세요. 나머지는 집에서 해오셔도 돼요.” 이렇게 교수는 당신네에게 과제를 내주고는 퇴실한다. 어느 정도 쓰다가 막혀 주위를 둘러본 당신은 혼자란 것을 깨닫고 짐을 챙겨 하교한다.

두 번째 수업시간, 교수가 입을 연다. “지금부터 한 사람씩 과제를 발표해 볼게요.” 이전 시간에 들은 대로 책상을 둥그렇게 만든 당신네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차례차례 발표해 본다. 마지막 차례인 당신의 발표가 끝날 때까지 발표하는 사람들을 한 사람씩 차분히 지켜보던 교수가 말한다. “자, 우리 옆 사람의 눈을 한 번씩 마주쳐 볼까요?” 교수의 느닷없는 말에 의아한 당신네는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옆 사람들을 번갈아 쳐다본다. 교수의 말이 이어진다. “이 수업에는 다양한 학과생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아까 여러분이 발표한 것처럼 서로 완전히 반대되는 생각도 나오네요.” 당신은 아까의 발표를 곱씹는다. 분명 운이 안 좋다고 말한 학생도, 정말 좋다고 말한 학생도 있었다. “이번 수업의 목표는 여러분이 방금 제시한 3가지에 대한 답에 대한 생각에 심층적으로 접근하는 거예요. 그 이외에도 수업으로 인해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제출하는 것이 최종 과제예요. 물론,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면 어떤 방향으로 확고했는지 작성해도 되고요.”

찌르르 찌르르 우는 매미의 선율을 감상한 채 당신의 자취방을 향해 차근히 걷는다. 학생의 의견을 존중하는 수업이라, 기대된다. 그렇게 생각한 당신은 애정이 가득 담긴 교수의 얼굴을 떠올리며 풋하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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