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
책 표지.

“문장은 나의 아름다운 사람들을 담기엔 너무 협소하다.” 앞 문장을 읽고 이 책을 읽게 됐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 시인의 생각과 마음이 나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새롭다’라는 느낌보다는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표현해내지 못했던 내 마음을 언어화시켜주는 것 같았다.

책은 성동혁 시인의 산문집이다. 시인은 주변 사람들을 충만하게 아낄 줄 아는 사람이다. 그의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자신의 사람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그의 인간 관계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그는 좋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태도를 지녔다. 겨울에 세상 밖으로 꺼내진 그의 문장들은 차고 하얬으나 그 문장 안에 담긴 마음은 봄처럼 따뜻했다.

그는 아인슈페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크림이 가라앉듯 천천히 안으로 저무는 사람, 바닥도 조금 단 사람이면 좋았겠다고. 그래서 내 바닥이 들통날 것 같아 두려울 때마다 이 문장이 떠오른다. 내 바닥이 조금이라도 달았으면 어땠을까. 그럼 나도 나를 더 사랑해 줄 수 있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문장을 곱씹으며 ‘크림’은 내 사람들과 나를 둘러싼 여러 환경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 크림을 안으로 저물게 만드는 건 ‘커피’인 내 몫이라고. 크림이 내 위에 얹어진 것에 고마워하며 살아가야겠다는, 그리고 그 크림이 내 안으로 서서히 저물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주변 환경을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사소한 마음을 알아채고, 그 속에 담긴 다정함을 느낄 줄 알아야 하며, 그 마음에 매번 고마움을 가지는 습관을 들일 때 비로소 겸손할 수 있다. 겸손한 태도는 사랑을 만들어낸다.

책의 제목인 ‘뉘앙스’는 사랑을 온전히 느끼고 소중히 간직하는 시인의 섬세한 마음을 잘 담아낸 단어다. 사랑하기 시작하면 상대의 뉘앙스 하나에도 휘청거린다. 그만큼 작은 것에도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 사랑이다. “정적 속에서도 사뿐하게 상대를 이해”하게 하는 뉘앙스. “상대가 쓰고 내가 읽는” 뉘앙스. 그는 “사랑할 때 무심히 넘겨야 할 말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나는 얼마나 주변 환경에 무심했는가. 나는 얼마나 내 사람들에게 무심했는가. 무심은 언제나 드러나기 마련이고 그것은 결국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 무심함은 ‘차가운 세상’을 불러온다. 우리는 그런 냉담한 마음을 버리고 뉘앙스를 알아채는 마음으로 나와 내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섬세하고 사랑 가득한 태도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이롭기 때문에. 따뜻한 세상은 영향력 있는 누군가의 말솜씨와 추진력 있는 행동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섬세한 우리의 마음이 따뜻한 세상을 부르는 것이다. 사소한 문장이, 작은 사랑이 불러올 따뜻한 세상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고 늘 기다리고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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