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건 사용 여부가 아닌 활용 방법”
토의의 중심 도구 된 챗GPT…질문 구체화 방식 익힐 필요 있어
우리 대학, 인공지능 활용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챗GPT는 지난해 11월 OpenAI가 출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 모델로 자연어의 의미와 구조를 분석하여 텍스트를 생성해낸다. 소설이나 수필 등 창조적인 결과물도 생성 가능하여 인간이 설자리는 어디인지에 대한 논의도 뜨겁게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계는 이러한 생성형 인공지능을 허용할 것인지를 넘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이어 가고 있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챗GPT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기자가 챗GPT에게 개강 후 하면 좋은 일을 묻고 있다.
기자가 챗GPT에게 개강 후 하면 좋은 일을 묻고 있다.

결과 보고서 작성이 아닌, 챗GPT를 활용한 주제 정교화
우리 대학 교육문제연구소의 류지헌 소장은 지난해 ‘에듀테크의 이해’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챗GPT를 활용하여 주제를 탐색하는 과제를 냈다. 류 소장은 “전에는 어떤 것에 대한 결과 보고서나 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제를 냈다면, 이제는 챗GPT를 활용해서 빠른 시간 내에 주제를 구성하고 정교화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 수업에서 낸 최종 과제는 “매 질문마다 챗GPT의 응답들이 어떻게 정교화됐는지 서술하라”였다. 그는 “학생들이 과제를 받으면 단순히 그 답을 서술하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다루는 주제의 문제로 질문을 구체화하기 위해 고민한다”며 “챗GPT와 학생이 상호작용하는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에 이어 부정행위 탐색까지
대학들은 저마다 생산형 인공지능의 활용을 논의하고 기준을 마련하는 중이다. 올해 3월 국내 첫 번째로 챗GPT 활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고려대에 이어 부산대, 세종대, 전북대, 한국교통대 등 여러 대학이 생성형 인공지능의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AI 활용 시 정확한 출처 표기 △활용 결과의 명확성 검토 △효과적인 사용법 등 주로 교수자와 학습자에 따른 올바른 활용 원칙을 제시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성균관대는 챗GPT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안내 플랫폼을 개설하여 부정행위에 대응하는 시도 역시 하고 있다. 플랫폼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탐색할 수 있는 행동요령이 담겨있다. 인공지능을 사용한 부정행위 탐지 프로그램의 사용 방법도 안내되어 있다.

이화여대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더욱 효과적이고 윤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업 사례를 제공한다. 강의의 목표 및 학습 활동, 과제 및 평가 방법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을 비롯하여 공정한 평가를 위한 방법과 예시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시험과 토의에 활용되는 챗GPT
그에 반해 우리 대학은 아직 이렇다 할 생성형 인공지능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들은 각자의 재량에 따라 챗GPT의 사용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중이다.

‘챗GPT를 한 번 사용해 보라’고 권유하는 교수들은 많지만 시험에 적용하는 사례는 아직 드물다. 윤현식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학기 ‘경영정보시스템’ 수업의 중간고사에서 챗GPT를 활용하여 답을 작성하는 문제를 냈다. “경영정보 시스템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 챗GPT를 활용하여 작성하라”는 내용이었다. 결과는 천차만별이었다. 윤 교수는 “챗GPT를 사용하는 학생에 따라 결과의 차이가 많이 났다”며 “똑같은 기술이지만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철학 수업에서도 활용된 챗GPT는 토의의 중심 도구가 되었다. 이향준 철학과 교수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학생들이 챗GPT를 통해 각기 다른 답을 얻으면 그것을 공유하여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챗GPT가 학습하고 있을 일반적인 정보에 대해 질문하되, 인간 관점이 간접적으로 투영된 챗GPT는 어떻게 답변하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그리고 직접적인 인간인 우리가 생각했을 땐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는지 함께 이야기한다. 이 교수는 “주제는 같아도 학생들마다 질문을 조금씩 다르게 하니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졌다”며 “이게 내용의 차이인지, 챗GPT가 정보 처리하는 방식이 이상한 건지, 우리가 모르는 알고리듬이 있는 건지 같이 답변이 차이 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낯설기만 했던 학생들도 수업을 통해 챗GPT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배우고 있다. 지난 학기 ‘빅데이터 및 공간분석’ 수업을 들은 사회대 ㄱ씨는 “챗GPT를 들어보기만 하고 실제로 사용해 본 적은 없었다”며 “검색 엔진으로 사용하기엔 최근 정보를 포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업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끌어내기 위해 어떻게 질문하는지부터 배웠다”며 “원래 부정적으로 바라봤는데 잘 활용한다면 학습에도 좋은 방향으로 써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학생도 있었다. ‘중국현대소설’을 수강했던 인문대 ㄴ씨는 “주기적으로 작문 과제를 내야 했는데 챗GPT의 답변을 그대로 가져온 학생이 있었다”며 “무분별한 인용이 챗GPT의 문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필요한 건 활용 방안
생성형 인공지능은 우리 생활 속에 많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렇기에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챗GPT를 사용하는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업에 챗GPT를 도입한 이유에 대해 윤 교수는 “초반에 학생들에게 챗GPT를 써본 사람이 있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답한 학생은 20%도 채 되지 않았다”며 “챗GPT가 최근에 어떻게 활용되는지가 수업과 긴밀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시험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경영정보시스템’은 컴퓨터, 빅데이터, 정보 시스템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과목이다.

이 교수는 “인문계 학생이든 예술계 학생이든 복잡한 코딩은 모르더라도 기본적인 것은 알았으면 좋겠다”며 “챗GPT의 원리와 사용 방법을 알려 주는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교수 또한 “교수들의 재량에 따라 학생들이 최대한 많이 써보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챗GPT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닌,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이다. 류 소장은 “인터넷 기반의 환경에서 학습을 수행하는 이러닝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교수들이 출석 인정이 가능한 부분인지 걱정했다”며 “챗GPT도 지금 이러한 논의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챗GPT에 관한 우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아예 쓰지 말자고 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며 “궁극적으로 수업 방식과 성적 평가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챗GPT를 쓰면 일종의 전문 보조자가 옆에서 학습을 도와주는 느낌을 받는다”며 “챗GPT가 학습을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수업에 활용한다면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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