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감각하며 읽는 종이책
전자책의 장점은 “편리함과 가벼움”

종이책의 위기라 한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종이보다 노트북이나 태블릿같은 디지털 기기에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전히 전자책보단 종이책을 선호하는 학생들도 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청년들은 종이책의 전망을 어떻게 볼까? <전대신문>이 지난달 21일 제1학생마루에서 ‘종이책 대 전자책’ 대담회를 열어 물었다. 종이책을 선호하는 장연우(자율전공·21)씨와 조승래(철학과 석사과정)씨, 전자책을 선호하는 양영선(사회·20)씨와 최현옥(국어국문·21)씨가 참석했다.

종이책을 선호하는 이유는?

장연우(자율전공·21)씨
장연우(자율전공·21)씨

장연우(장): 종이책은 전자책과 달리 소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읽은 책이 종이책이었다는 점도 한몫한다.

조승래(조): 종이책으로 내 손에, 내 책꽂이에 있어야 비로소 내 소유라는 느낌이 든다. 또한 플랫폼마다 다르겠지만 전자책은 다른 이용자와 감상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거기서 다른 사람의 감상과 내 감상 사이 괴리를 느끼기도 한다. 전자책은 스마트폰 같은 단말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손목도 아프고 앉아서 보기 힘들다.

전자책을 선호하는 이유는?

양영선(사회·20)씨
양영선(사회·20)씨

양영선(양): 종이책은 물리적인 공간을 차지한다. 또 전자책에 비해 책을 읽기까지의 과정이 귀찮다. 전자책은 플랫폼에서 바로 구매해 읽을 수 있다. 종이책은 서점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야 읽을 수 있다. 온라인 주문을 해도 배송을 기다려야 한다. 전자책은 구매한 뒤 바로 다운로드하여 읽을 수 있다.

최현옥(최): 전자책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편리함이다. 버스를 기다릴 때도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전자책을 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전자책은 책을 읽는 진입장벽도 낮다. 종이책을 고를 때보다 전자책을 고를 때 마음이 더 가볍다. 또한 글꼴, 자간, 글자 크기 등을 내 상황에 맞춰 바꿀 수 있는 것도 종이책은 불가능한 영역이다.

책 읽는 환경과 습관은 어떠한가?

최현옥(국어국문·21)씨
최현옥(국어국문·21)씨

최: 주로 자기 전에 읽는다. 다음 수업을 기다리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틈틈이 읽는다. 할 일이 없을 때 읽기도 한다. 전자책 덕분에 책 읽을 때 메모하는 게 습관이 됐다. 전자책의 형광펜 기능과 메모 기능을 잘 활용한다. 단어 검색을 바로 할 수 있는 것도 전자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다.

장: 주로 자기 전에 많이 읽지만 종이책을 들고 외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겁기 때문에 항상 들고다니지 않는다. 책 읽을 때 쓰는 공책이 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필사하거나 모르는 단어를 찾아 적어놓기도 한다.

조: 주로 자기 전 많이 읽는다. 책 읽다가 졸리면 얼굴에 책이 떨어지기도 한다. 엎드려서 보면 어깨가 아프다. 하지만 전자책은 읽으면 잠이 잘 안 온다.

양: 정해진 독서 시간 없이 이동할 때 틈틈이 읽는다. 수업 시간에 잠깐 켜서 보거나 자기 전에 읽기도 한다. 종이책은 누워서 볼 때 무거워서 힘들다.

종이책에 비해 전자책으로 볼 때 독해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조승래(철학과 석사과정)씨
조승래(철학과 석사과정)씨

조: 요즘 나오는 전자책들의 특징은 모두 문장이 짧다는 것이다. 주변에 웹소설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보면 문장과 문단을 짧게 끊어 가독성을 높이려 한다. 종이책의 긴 문장에 낯설어지기 때문에 전자책만 보면 독해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종이책은 책을 넘길 때 시선이 자연스럽게 따라가지만 전자책은 시선이 부자연스레 끊긴다.

양: 전자책에 오래 집중하기 어렵다는 점은 동의한다. 전자책은 쉽게 몰입할 수 있지만 그만큼 쉽게 종료할 수도 있다. 종이책은 책과 상호작용한다는 느낌이 있지만 전자책은 ‘이게 무슨 말이야?’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꺼버린다.

장: 전자책은 ‘읽는다’는 느낌이 잘 나지 않는다. 책의 분량을 확인할 때 종이책은 종이를 넘기며 손으로 감각할 수 있지만 전자책은 그런 감이 없다.

최: 전자책과 종이책은 읽는 목적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전자책을 읽을 때는 가볍게 즐기려고 읽는 소설이 많다. 종이책처럼 문장을 분석하며 읽지 않는다.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장애물이 없다면 분석하지 않고 편하게 읽는 전자책의 독서 방식을 즐긴다.

종이책 시장의 전망을 어떻게 보나?

진행 이의진 사회팀장
진행 이의진 사회팀장

양: 현재 출판 쪽 진로를 고민 중이다. 종이책의 전망은 밝지 않다. 종이책은 먼저 돈을 들여 책을 찍고 판매 부수에 따라 수익을 얻는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전자책보다 종이책의 부담이 더 크다.

최: 전자책은 종이책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며 더 발전할 것이다. 종이책 시장은 그대로 유지되고 전자책 시장은 더 커질 것이다.

조: 종이책 시장이 축소되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 다만 관공서나 은행의 매대에 꽂혀 기다리는 사람의 심심함을 달래주는 용도로 종이책이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 전자책에서 얻는 경험과 종이책에서 얻는 경험은 다르다. 얻을 수 있는 경험의 성질이 다르기에 여전히 종이책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축소될 거라는 전망에는 동의한다.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수 있을까?

조: 종이책이 전자책보다 좋은 점 중 하나가 재해에 강하다는 것이다. 전자책은 지진 한 번으로 데이터 베이스가 소실될 수 있다. 일본에서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이유가 지진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기록물로서는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수 없다.

최: 완전한 대체는 불가능하다. 나는 전자책을 과제용으로 혹은 가볍게 잠깐 본다. 하지만 법전 등 두꺼운 책을 반복해서 공부하려면 종이책으로 봐야 한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영역은 따로 존재한다.

양: 대체할 수 있어도 완전히 대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교육기관에서 종이책 대신 전자책을 쓰면 전자책을 이용하는 기기의 차이에서 경제적 박탈감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시각장애인이나 디지털 취약계층에겐 종이책보다 전자책이 더 불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독서 인구를 늘리는 데 전자책의 역할은?

조: 종이책을 읽는 인구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생각한다. 책이 아니어도 즐길 거리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전자책은 접근성이 좋아 독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전자책 말고도 다양한 경로로 독서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 예상한다.

양: 주위 사람들을 봤을 때 종이책을 읽는 사람이 전자책도 열심히 본다. 전자책만 읽는 사람은 종이책을 잘 읽지 않는다. 종이책의 독서 인구가 증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독서인구를 늘리려면 전자책이 필요하다.

최: 전자책은 종이책으로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 어떤 약자에겐 듣기 기능이나 글자 크기를 바꿀 수 있는 전자책이 더 좋을 것이다. 결국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이 새로운 독서 인구를 만들 것이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