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학교 전임교원 공개채용 전형지침’은 교수를 뽑을 때 작용하는 모든 활동을 객관적으로 명시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 핵심은 응모자의 ‘교육역량’과 ‘연구역량’을 검증하는 데 있다. 그러나 ‘전공심사’와 관련된 용어와 평가기준이 명료하지 않아 관계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전형지침은 일종의 게임의 규칙인데, 관계자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명료하게 진술되면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상호존중이 가능할 것이다. 나는 여러 학과의 교수공채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전형지침에 담긴 핵심용어 및 평가기준의 모호함으로 인해 심사과정에서 응모자의 역량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경험이 많다. 이 글은 특히 전공심사와 관련된 하위영역과 평가기준을 더 명료하게 개선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작성한 것이다.     

현행 전형지침을 보면 공개채용은 3단계로 이뤄진다. 이 중 1단계 기초심사위원회(구비서류 검토, 연구실적 검토, 응모자격 심사), 2단계 전공심사 I, 그리고 3단계 최종면접심사(교원의 인성, 품성, 학생지도능력, 교육자의 자질과 잠재력 등)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관계자들이 심사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내가 전형지침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2단계 전공심사 II(교육 우수성 심사: 공개강의 심사, 전공세미나 심사)와 응모자들이 제출하는 1단계 서류 중 ‘교육/연구계획서’다. 이와 관련된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는 용어와 평가기준의 모호함이다. 현 지침을 보면, 전공심사 II는 ‘교육 우수성’을 심사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심사영역은 ‘공개강의’와 ‘전공세미나’로 구분되어 있고, 평가기준은 둘 다 ‘내용’과 ‘발표력’이다. 그러나 각 영역과 평가기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다보니 응모자와 심사위원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각 영역에 참여한다. 실제상황을 보면, ‘공개강의’는 응모자가 사전에 예고된(지정된) 특정의 주제를 중심으로 ‘강의’한다. ‘전공세미나’ 또한 응모자가 자기 전공분야의 연구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소개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게 한다. 심사위원들은 주로 응모자가 제한된 시간 내에 전달하는 특정의 내용과 관련된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응모자의 역량을 평가한다. 문제는 ‘교육 우수성’이라는 영역과 그 하위 활동으로 설정된 ‘공개강의’ 및 ‘전공세미나’ 간의 적절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 ‘연구’ ‘수업’ ‘강의’라는 용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대안은 무엇인가. 먼저 전공심사 II의 목적을 ‘교육 우수성’에서 ‘교육역량 심사’ 및 ‘연구역량의 심사’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교육역량’의 심사에서는 ‘공개강의’를 ‘공개수업’으로 변경해야 한다. ‘강의’는 특정 교과목의 한 단위를 ‘수업’하는 한 가지 방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응모자가 ‘공개수업’이라는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면, 응모자는 압축수업(10분-20분)을 통해 수업목표/수업내용/수업방법/수업평가 등을 적절하게 반영하고자 할 것이다.

수업방법에는 학생들과의 질문/응답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심사위원들 또한 응모자가 전공교과목 수업에서 발휘할 수 있는 장점과 단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응모자의 ‘공개수업’에 대한 평가기준은 수업구성의 완성도, 교과내용의 이해력, 수업방법의 적절성, 수강생에 대한 이해력 등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평가영역과 평가기준을 명료하게 설정하면 응모자와 심사위원 모두 ‘교육역량’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여 준비하고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연구역량’의 심사에서는 ‘전공세미나’라는 모호한 용어 대신 ‘전공 연구역량 심사’를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수행할 과업의 목적을 개략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응모자로 하여금 자신이 전공하는 연구분야, 자신만의 특화된 연구주제와 성과, 관련 분야의 연구동향, 사회기여도, 미래 연구방향 등을 포함하여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전공 분야의 연구역량 심사의 목적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면, 심사위원들은 평가기준으로 연구주제의 탁월성, 연구동향에 대한 이해력, 연구방법의 적절성, 연구결과의 미래 활용가능성(연구자금 확보 및 대학원생 지도) 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제출서류(자기소개서, 교육/연구계획서) 중 ‘교육/연구계획서(A4 4장 이내)’의 작성방법이다. 현 전형지침에는 ‘교육/연구계획서’에 포함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으며 통합되어 있다. 교육/연구계획서는 응모자의 ‘교육역량’과 ‘연구역량’을 서면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이며 2단계 전공심사II에서 심사위원들이 보충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대안은 ‘교육계획서’와 ‘연구계획서’를 별도로 구분하여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또한 관련 계획서에 포함할 수 있는 개략적인 내용을 제시하면 응모자와 심사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교육계획서’에는 자신만이 지닌 교육이념을 진술하고 담당(또는 개발)해야 할 교과목에 대한 소개와 수업목적/수업내용/수업방법/수업평가 등과 관련된 내용을 진술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할 것이다. ‘연구계획서’에서는 연구자로서 자신의 연구영역/연구주제에 대한 소개와 현재까지의 연구성과 그리고 미래 연구활동 계획 등을 포함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할 것이다.

대학에서 교수요원은 대학의 본질적 기능(교육과 연구)를 담당하는 핵심요원이다. 전공심사는 핵심요원으로서 교수에게 요구되는 ‘교육역량’과 ‘연구역량’을 종합적이면서 구체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 참여하는 심사위원과 응모자 모두가 전공심사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가능한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다면, 그 결과에 대한 인정 또한 명쾌할 것이다. 언급한 용어 및 평가기준의 모호함을 최소화하면서 대학에서 필요한 적임자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2단계 전공심사와 관련된 내용을 심사위원과 응모자가 더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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