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청 앞 지난 10일, 기자 머문 2시간 동안 찾는 사람 없어
남구 양림동에서 만난 시민들 "할머니들 기억할 것"
사과와 배상 문제 해결 이어가려 자치구 기념행사 꾸리기도

북구청 앞에 위치한 소녀상. 지난 10일 수많은 차량과 사람이 소녀상 앞을 지나갔지만 소녀상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북구청 앞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 지난 10일 수많은 차량과 사람이 소녀상 앞을 지나갔지만 소녀상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광주 북구청 앞은 평소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지만 그곳의 '평화의 소녀상'(소녀상)은 시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기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기림의 날/8월 14일)을 맞아 지난 9-10일 이틀간 광주 북구 용봉동과 남구 양림동에 위치한 소녀상을 찾았다. 지난 10일, 기자가 머물렀던 2시간 동안(오후 3시 30분부터 5시 30분) 북구청 앞 소녀상을 찾은 시민은 없었다.

지난 9일 찾은 남구 양림동 소녀상에서는 시민 두 명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날 소녀상을 찾은 오지영(45)씨는 "소녀상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는 소녀상에 대해 “요즘 역사 교육이 부족해 특히 젊은 세대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문 당시 논란이었던 광주시의 행사 미개최 관련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개최하지 않는 이유 중에 생존자가 없는 것이 있다는 게 사실이냐”고 되물으며 “이는 광복절과 3·1 운동은 역사 행사도 할 필요 없다는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광주시는 ‘지역 내 생존자가 없다’ ‘시민들의 관심이 줄었다’ 등의 이유로 행사 개최 중단을 선언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시의 역사의식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광주시는 지난 11일 시민단체들과 진행한 간담회를 통해 사과의 말과 행사 개최 계획을 전했다.

한 시민이 지난 9일 양림동에 위치한 남구 평화의 소녀상을 보고 있다.
한 시민이 지난 9일 양림동에 위치한 남구 평화의 소녀상을 보고 있다.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에 온 김에 소녀상을 보고 싶어 찾고 있었다는 박모(67)씨는 “우리 할머니들을 기억하기 위해 왔다”며 오랫동안 소녀상을 살폈다. “남구가 역사 도시라 그런지 소녀상 관리도 잘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할머니들을 기억하기 위한 행사가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같은 날 남구에서는 기림의 날 영화상영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행사에서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I Can Speak, 2017)를 상영했고, 초등학생부터 중년과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이 방문했다. 영화를 관람한 김민준(12)씨와 차은준(12)씨는 “일본군 ‘위안부’는 몰랐지만 한국과 일본의 역사와 관련된 영화라고 해서 엄마를 따라왔다”며 “앞으로도 영화 보는 행사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영회를 준비한 배진하 기림의 날 남구행사위원회 준비위원은 “광주·전남의 생존자는 없지만 여전히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사과나 배상 문제가 남아있다”며 “기념일 제정의 뜻을 이어가고 행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남구는 지난 9일부터 오는 15일을 기림의 날 기념주간으로 지정해 △청소년 영화감상 글·그림 공모전 △영화상영회 △양림동 근대역사문화길 걷기 △남구 평화축제 및 기념식을 개최했다.

지난 9일 오후 7시 진행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영화상영회에 주민들이 모여 영화 를 보고 있다. 행사는 노대동 물빛근린공원에서 야외 상영을 목표했지만, 태풍의 영향으로 효덕동 주민자치프로그램실에서 진행됐다. 
시민들이 지난 9일 오후 7시에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영화상영회에서 영화 <아이캔스피크>를 보고 있다. 행사는 노대동 물빛근린공원에서 야외 상영을 목표했지만, 태풍의 영향으로 효덕동 주민자치프로그램실에서 진행됐다.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1924~1997) 할머니가 1991년, 처음으로 그 피해 사실을 증언한 날이다. 이후 2017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었다. 시민들은 △동구 금남로 3가 △서구 농성동 △서구 치평동 △남구 양림동 △북구 용봉동 △광산구 송정동에 위치한 소녀상에서 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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